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야권의 딜레마 파고든 여권 '회심의 한수'


입력 2016.11.22 11:54 수정 2016.11.22 21:18        장수연 기자

정진석 "야, 대통령 하야·탄핵·국회추천총리 셋 중 택일하라"

탄핵을 하면 황교안을 못바꾸고, 새 총리 추천하면 탄핵할 명분이 죽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야, 대통령 하야·탄핵·국회추천 총리 중 택일하라"
탄핵을 하면 황교안을 못바꾸고, 새 총리 추천하면 탄핵할 명분이 죽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해 "두 야당은 대통령 하야, 탄핵, 국회추천총리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고 촉구했다. 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야3당은 청와대가 국회추천 총리 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임 총리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로 탄핵정국을 맞을 경우 야당이 구상했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여당으로선 이러한 야권의 딜레마를 겨냥해 회심의 한 수를 둔 셈이다.

대야 협상을 이끌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는 세 가지 선택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두 야당이 몇몇 대선주자의 이해에 휘둘려 질서있는 국정 수습의 귀한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며 "두 야당은 이제라도 명확한 입장 정리를 통해 질서있는 국정 수습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사전 절차로 총리를 추천하면 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당론을 채택한 점을 거론, "두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다면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 있는 논의에 임하겠다"면서도 "탄핵과 대통령 퇴진 장외투쟁은 병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장외 퇴진 투쟁은 철회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현재 야권은 탄핵소추안에 대한 일괄적인 찬성 표결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으나 탄핵을 추진하면서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직무정지 된 대통령의 권한을 누가 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결국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각 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과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국회 추천 총리에 합의하고 박 대통령에 임명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당별 셈법을 들여다보면 우선 민주당은 '선(先)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다. 총리 인선 논의가 본격화되면 전선이 분산돼 촛불민심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先) 총리 추천론'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 주류로선 청와대의 미묘한 입장변화를 고리로 총리 논의를 뒤로 미룰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황교안 딜레마'를 감안할 때 무작정 총리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일단 지도부는 탄핵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탄핵 정족수 확보를 어떤 식으로 할지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며 "확보되면 내일이라도 발의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당은 '선(先) 총리, 후(後) 퇴진' 입장이 확고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이라도 8인 지도자 회의에서 합의한대로 선 총리 후 퇴진의 길을 야3당이 철저하게 공조해 할 수 있도록 접촉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탄핵하더라도 황 총리를 그대로 두고 탄핵하면 결국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라며 "국회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치력을 발휘해 총리를 선임하는 일"이라고 재차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본보에 "여당에서 총리 추천은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총리를 추천해 여론의 힘을 업고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간에도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 추천 총리 강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러한 야권의 딜레마를 인지한 듯 정곡을 찔렀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에 대해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자고 주장하면서 장외에서 대통령 퇴진 서명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한다"면서 "헌법에 규정된 탄핵과 헌정 중단을 의미하는 장외 투쟁은 양립할 수 없다. 동시에 진행하자는 건 '뜨거운 얼음'과 같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전세버스를 동원한 당원 동원을 중단해달라"면서 "대규모 민중 동원의 한 주체가 민주당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총리 추천은 대통령을 인정한다는 뜻이고, 탄핵은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겠다는 것인 만큼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탄핵을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대통령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인데,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총리 임명을 강행하게 하는 것은 권한을 이용하는 것이 된다"며 "논리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탄핵과 하야, 국회 추천 총리 세 가지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사실상 야당에게 총리추천권을 넘겨줬으나 놓친 쪽은 야당"이라며 "그때 머리를 맞대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 역할을 맞게 될 총리추천 작업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장수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