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이미지 버린 최민호의 선택 '두 남자'
마동석과 투톱으로 나서 연기 변신
'계춘할망' 이후 두번째 스크린 나들이
영화 '두 남자' 리뷰
마동석· 최민호 주연
불법 노래방 사장 형석(마동석)은 한때 잘 나갔으나 지금은 사채를 써가며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가출 소녀들을 가둬놓고 노래방 도우미로 쓰는 악덕 업주인 그는 딸한테는 마냥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다.
18세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 리더인 진일(최민호)은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내몰려 살고 있는 길거리 인생이다. 친구들에게는 의리파이자 여자친구 가영(정다은)에게는 둘도 없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가영은 하룻밤 숙박비 마련을 위해 조건 사기를 치기로 마음먹고 형석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진일은 친구들과 함께 형석의 차를 빼돌려 몰래 팔아넘기지만, 이내 형석에게 덜미를 잡힌다.
차 값을 대신해 형석에게 강제로 끌려간 여자친구 가영을 빼내기 위해 진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큰돈을 구하기에는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결국 진일은 형석의 딸을 납치하고, 이를 안 형석은 진일을 쫓기 시작한다.
영화 '두 남자'는 가정이 해체돼 거리로 내몰려 나온 네 명의 10대 아이들과 이들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영화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2011)를 만든 김성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올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300여편의 출품작 중에 가장 빠르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정말 하고 싶었던, 가슴 속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힘겨운 삶을 사는 20대, 40대 두 남자가 서로를 착취하며 아파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해주면 좋은데 왜 우리는 서로를, 다른 세대를 안아줄 수 없는 것일까 묻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영화 속 노래방 악덕 업주와 가출 소년인 둘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반영한다. 서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걸 알면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장 약한 점을 걸고넘어지면서 상처를 긁는 부분에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두 남자는 묘하게 닮아 있다. 밖에서는 누가 봐도 나쁜 놈이지만 집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아빠 형석과 범죄를 저지르지만 여자친구를 누구보다 아끼는 모습이 겹친다. 법의 잣대에서는 '나쁜 놈'이자 '범죄자'이지만 어떤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이 쓰리다. 포스터 속 카피 '누가 더 나쁜 놈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출팸이라는 사회 문제를 건드린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마쁜이'(마동석+예쁜이), '마요미'(마동석+귀요미) 등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마동석은 험상궂은 역할로 다시 돌아왔다. 올여름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얻은 그는 '부산행' 속 영웅 캐릭터를 벗고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단단한 몸에서 나오는 특유의 파워와 무서운 이미지가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다.
주연으로 나선 샤이니 최민호는 아이돌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아이돌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 이 영화는 그에게 도전적인 작품이다. '바른생활', '꽃미모' 이미지인 그는 '가출 청소년'으로 분해 욕설도 하고, 담배도 피우며 상처투성이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민호는 영화를 위해 담배 피우는 법을 일부러 배웠다.
최민호는 "어릴 때 가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대중이 내 모습을 어색해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진일을 연기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최민호의 변신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의문이다. 샤이니 모습만 봐왔던 관객들은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모델 출신 김재영의 발견은 이 영화의 수확 중 하나다. 밑도 끝도 없는 악역 성훈을 연기한 김재영은 차가운 마스크와 섬뜩한 대사를 '툭' 뱉으면서 소름 끼치는 악역을 만들었다.
흥행 전망은 밝지 않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과 영화 자체의 침체된 분위기 탓이다. 시종일관 영화를 짓누르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관객들이 선호할지 미지수다.
11월 30일 개봉. 91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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