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곡선' 그리는 국민의당 지지율, 웬일인가?
새누리 붕괴현상 '반사이익'일까, 대선 앞둔 '조기 새판짜기'일까
새누리 붕괴현상 '반사이익'일까 대선 앞둔 '조기 새판짜기'일까
'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불신임으로 시작한 국민적 저항이 이제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국민의당은 꾸준히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당은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으로 보도되고 문제가 되기 시작한 10월 4주차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박 대통령에 실망한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 당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주중인 10월26일 수요일에는 15.6%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도 추세를 같이 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10%였던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 지지도는 10%에서 12%로 상승했다. 3%p가 하락한 새누리당이나 전주와 같은 지지율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서 '나홀로' 상승이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여론이 더 들끓었던 11월 첫째주엔 국민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이어졌다. 전주에 비해 상승폭은 0.9%p로 크지 않았지만 일별 지지율에서는 의미있는 수치를 보였다.
이 기간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전제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31일(0.7%p↑, 14.9%), 야3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와 '별도특검'에 합의한 1일(0.7%p↑, 15.6%),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김병준 총리 지명에 반발하며 하야 요구 기자회견을 한 2일(1.9%p↑, 18.5%) 등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갤럽의 조사에서도 국민의당은 12%에서 13%로 상승세를 보였고 알앤써치 조사에서도 13.4%에서 14.4%로 1%p 상승을 보였다.
100만 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집계된 촛불집회 직후 11월 셋째주에서는 국민의당의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당은 지난 6월 4주차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인 17%를 기록했다.
특히 주초인 14일에는 일간 지지율 18%를 기록하며 여당인 새누리당과 박빙을 기록하기도 했다. 리얼미터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탈층을 흡수했다"는 평가를 했다. 같은 기간 갤럽도 국민의당 지지율을 14%로 집계했고 알앤써치는 전주 대비 1.2%p 소폭 하락했으나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1%p 이상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치권, 새누리 붕괴 따른 '반사이익' 분석
정치권은 국민의당 지지율의 상승곡선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번째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붕괴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일간 집계를 공개하는 리얼미터와 갤럽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이 처음 상승을 시작한 시기는 10월 넷째주다.
리얼미터는 이 시기 국민의당의 지지율 상승요인에 대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간 최고치를 기록한 10월26일은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사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민심은 사과 이후 더 악화된 경향이 있다.
11월 첫째주에서도 이런 경향은 나타났다. 이 주 국민의당이 가장 큰 지지율 상승을 보인 날은 2일이다. 2일은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지명'을 전격 단행한 날로 이날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이날 마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사퇴 요구'를 거부했고 새누리당은 지지율 약세를 이어갔다.
이번 주도 '새누리당 하락은 국민의당 상승'이라는 공식은 그대로 적용됐다. 박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보인 14일엔 새누리당이 1.3%p 하락했고 국민의당은 2.7%p가 올랐다. 반면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친박 의원 일부가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별도 특검법'을 반대한 16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9%p 상승했고 반대로 이날 국민의당은 1.7%p 하락했다.
'강경', '뚜렷' 등 목소리 낼 때 지지율 상승
비록 국민의당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서로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단순히 하락하는 새누리당의 지지율에 의해서만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 혹은 안철수 전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해 강경하거나 뚜렷한 목소리를 낼 때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주장으로 4월 총선과 마찬가지로 3당 체제의 판이 새롭게 정립되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는 10월26일 당은 특검을 당론 채택한 민주당과 달리 '실효성 없는 특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선도적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을 강하게 주장했다. 11월2일에도 안철수 전 대표가 상복을 연상케하는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정론관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시라"고 강조했고 14일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에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반사이익'과 '새판짜기'로 갈려
정치 전문가들의 국민의당 지지율에 대한 평가도 극으로 갈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 정국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새누리당으로부터 이탈한 유권자들이 결집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며 "현 지지율을 신기루라고 하기엔 비약이지만 상승의 주요 원천이 새누리당 이탈층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상태 정상화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상당한 수준으로 정상화 되는 시점에서는 국민의당으로 모였던 옛 새누리당 지지층은 다시 회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당의 지지율 변화에 종속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져가기 위해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주자 연석회의 제의'나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고도의 정치적 발언·행위들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록 새누리당의 종속 변수 같은 모양새지만 국민의당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단순한 지지율 변화 시소게임으로 보기보다는 정치판의 새판짜기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선전을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야권 분열로 지리멸렬할 것으로 봤다"면서 "그것처럼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정치판 지각변동·새판짜기'가 예상치 못했던 '최순실 게이트'로 상당히 일찍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정상화하면 사라질 지지율이라기보다는 현재는 지지율이라는 럭비공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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