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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 시장 교란인가 시장경제 논리 산물인가


입력 2016.11.17 17:34 수정 2016.11.17 19:22        이광영 기자

현대제철·동국제강, 포스코에 반덤핑 제소 검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로고.ⓒ각사 홈페이지

현대제철·동국제강, 포스코에 반덤핑 제소 검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철강 반덤핑 제소의 활시위를 내부로 당겼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강력한 통상압력에 앞서 국내 철강업계부터 분열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측은 17일 포스코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은 포스코 베트남 법인인 ‘포스코SS비나(POSCO SS-VINA)’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H형강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날 “포스코가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H형강이 저가로 국내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은 지난해 4분기 7200톤에서 올 3분기에는 4만8000톤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이 중 7월에만 내수 비중의 25%에 달하는 2만4000톤이 들어오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가 중국산 H형강의 빈자리를 보란 듯이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양립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동안 구축해 놓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재 성과가 포스코로 인해 희석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를 빌미로 반덤핑 조치를 철회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입장에서 억울한 면도 있다. 포스코 베트남산 H형강의 국내시장 진입이 절대적인 양에서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시장경제 논리에서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 포스코가 들여오는 H형강 수입량은 국내 연간 수요 300만톤 대비 5%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지난 7월 베트남 현지법인 포스코SS비나를 통해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나서며 현지 공급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베트남 산업통상부(MOIT)는 지난달 5일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종의 달래기에 들어간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산 반덤핑 제소 등 베트남 현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반입 물량을 줄이고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 위주 납품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덤핑 판정으로 관세 부과가 결정될 경우, 베트남에서 중국산 H형강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포스코SS비나 H형강의 현지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시장에는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그동안 베트남산 H형강 문제로 국내시장서 갈등을 빚었던 철강업계가 경쟁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이례적으로 국내 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면서 이들의 갈등 봉합은 당분간 물 건너간 셈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중국산 반덤핑을 통해 중국산 절반이 줄어든다 해도 포스코 현지 법인에서 생산되는 H형강 30만톤가량이 공급 과잉으로 국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SS비나는 지난 3분기 베트남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판매량이 미달돼 약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6월 포스코SS비나의 가동률이 정상 수준에 올라섬에 따라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베트남산 H형강의 판매처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수입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연간 100만톤 이상의 수입으로 국내시장에 명백한 피해를 끼쳤던 중국산 H형강 대비 훨씬 적은 양의 물량 때문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쓸데없는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최근 각사의 통상 조직을 질적·양적으로 강화했음에도 이러한 힘의 상당 부분을 국내 업체를 향해 쏟아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발 보호무역에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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