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글썽인 박 대통령…정치인 눈물의 의미는?
대통령 담화 놓고 '악어의 눈물', '진정성 호소' 평가 갈려
역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 심금 울려
눈물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지 않는 한 억지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짜 눈물’에는 위선과 가식이라는 비난이 뒤따른다. ‘악어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은 후 마치 애도하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지만, 실제는 먹이를 삼키기 위해 수분을 보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셰익스피어가 이 표현을 ‘햄릿’ ‘오셀로’ 등 여러 작품에 인용하며 유명해졌다.
‘악어의 눈물’은 유독 정치인에게 많이 따라 붙는다. 자신의 잘못을 용서 받고자 할 때처럼 수세적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억지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면서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눈물이 부정적인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진정성 있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감정 절제를 잘 하기로 유명한 정치인이 눈물을 흘릴 때는 지지층을 결집 등 효과가 배가 된다.
‘눈물’로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는 정치인으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눈물을 흘리며 기타 치는 모습을 TV 광고를 통해 내보냈다. 이는 유권자의 감성을 사로잡으며 정권 재창출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9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붙잡고 통곡했다. 김 전 대통령은 처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절반이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했다. 두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는 ‘악어의 눈물’보다는 진정성 있는 호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를 놓고도 ‘진정성’과 ‘악어의 눈물’ 두 표현을 중심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최순실 씨와 관련한 자신의 개인사를 언급한 후에는 눈물을 참느라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친박계를 비롯한 일부 보수층에서는 박 대통령의 행동이 ‘진정성’에 기반한 것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야권 등에선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절망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국면전환용 쇼’라는 거친 표현도 나왔다.
박 대통령의 눈물, 혹은 울먹임은 취임 후 두 번째로 볼 수 있다.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임 기간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쏟은 이는 처음이었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얼음 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려왔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고, 때 아닌 ‘조문 연출’ 논란까지 일었다. 누리꾼들은 동영상 분석을 내세워 ‘31초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박 대통령이 눈물을 글썽였지만, 사실상 담화에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악어의 눈물’로 비판받고 있다”며 “이 울먹임이 진정성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향후 박 대통령이 야권과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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