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U+, 소물인터넷 '적과의 동침'…견제구 맞은 SKT "조급증" 반박
'NB-IoT' 공동 상용화 추진...경쟁사간 첫 맞손
'로라' 견제당한 SKT 유감 표명
이동통신업계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통신업계에서 경쟁사인 두 회사가 사업 협력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사는 산업 활성화와 SK텔레콤의 소물인터넷망 '로라' 견제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소물인터넷 전용 네트워크인 NB(Narrow Band)-IoT의 상용화를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관련 칩셋과 모듈 등의 공동 규모와 글로벌 표준화 등에서의 포괄적 협력도 다짐했다.
NB-IoT는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기술이다. 150Kbps 이하의 느린 속도로 간단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특화된 네트워크다. AA배터리 하나만으로도 수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LTE 기지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양사의 상호 협력 목표는 표면적으로는 IoT 산업 생태계 활성화다. IoT산업, 그 중에서도 소물인터넷 분야는 현재 태동단계다.
스마트홈 분야의 경우는 이미 서비스 및 제품들이 출시되며 일정 수준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소물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은 거의 출시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소물인터망 로라의 전국망 상용화를 알렸지만 현재까지 이를 활용한 서비스 및 기기는 건설분야에서 활용되는 가스 검침기와 스마트홈 분야에서 적용된 전력량 계측기 정도다.
KT와 LG유플러스도 지난 3월 LTE-M 상용화를 알렸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 있다. LTE-M은 음성통화가 가능한 수준의 통신 네트워크로 물류와 시설관제 등에서는 활용될 수 있지만 소물인터넷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는 2020년 200억개 이상의 사물이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서비스나 단말, 비즈니스 모델 등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NB-IoT 기술을 알리고 선제적으로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준근 KT 기가 IoT 사업단장은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면서 “KT와 LG유플러스 두 사업자가 합쳤을 때 생태계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훨씬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고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사의 협력에는 이러한 목표 외에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소물인터넷망 로라에 대한 견제 목적이 숨어 있다.
로라는 NB-IoT와 비슷한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기술이다. 최대속도는 수kbps 수준에 불과하며 커버리지는 10km 내외다. 로라는 제조사들이 모인 로라 얼라이언스에서 기술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LTE-M, NB-IoT 등 하이브리드형 소물인터넷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로라를 지속 강조하는 것은 지금 현시점에서 바로 서비스나 단말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IoT 생태계에서 보다 많은 서비스 출시와 개발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 로라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NB-IoT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칩셋과 모듈 개발 등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나 상용화가 가능하다. 로라와 비교하면 시기적으로 짧게는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가량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인혁 SK텔레콤 IoT본부장은 지난달 13일 로라얼라이언스총회에서 “NB-IoT 또한 SK텔레콤이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NB-IoT와 비교해 1~2년의 시간적 격차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연내 35개 이상의 로라 기반 서비스 및 단말을 출시할 예정이다. NB-IoT 관련 서비스 및 단말은 내년 상반기 중에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KT와 LG유플러스가 주목하는 NB-IoT는 SK텔레콤의 로라와 시간적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한 협력으로 풀이된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NB-IoT 기술이 로라 대비 경쟁 우위에 있다고 지속 언급했다. NB-IoT가 LTE기반 기술이어서 별도 기지국을 설치할 필요 없이도 전국망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고 보안 등에서 더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조창길 LG유플러스 네트워크 전략담당은 “LG유플러스만 해도 LTE 중계기는 17만개에 달하는데 NB-IoT를 상용화하면 즉시 이 중계기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주파수도 로라의 경우 비면허대역을 활용, 주파수 송신출력이 낮아 지하나 외곽 지역에서 불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경쟁사들이 로라 망에 대해 평가절하하자 IoT 분야에서 뒤쳐진 사업자들의 조급증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KT와 LG유플러스가 자체적인 투자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경쟁기술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IoT 투자에 뒤쳐져 있는 조급증을 반영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SK텔레콤은 "글로벌 제조, 통신사들이 로라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며 글로벌 IoT 생태계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당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로라 얼라이언스에는 글로벌 통신 사업자외에도 세계적인 시스템 및 장비업체 등 400여개 업체가 참여해 글로벌 IoT 생태계를 확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기술인 로라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자사 뿐 아니라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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