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부품가격-환율 상승 '이중고'...수출 우려 커져
3분기 부품 가격 이어 4분기 환율 상승으로 신흥국 수요 '촉각'
연내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지속에 원자재가격 하락 '우려'
3분기 부품 가격 이어 4분기 환율 상승으로 신흥국 수요 '촉각'
연내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지속에 원자재가격 하락 '우려'
최근 부품 가격 상승에 이어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전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4분기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급등으로 TV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전 전체 수출에 악영향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TV가 지난 3분기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 다른 가전 제품들에도 영향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10월 LCD 패널 가격은 40인치대가 두 자릿수 이상(10% 이상) 상승한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전체적으로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3분기 부품 가격 상승에 이어 4분기 들어서는 환율도 오르고 있다. 이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 오른 1149.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52.3원까지 올랐는데 장중 고점이 115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월12일(1152.7원) 이후 처음이다. 4분기를 시작한 이 달 초 환율이 1100원 초반대 형성됐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그동안은 환율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시장이 복잡다단해지면서 꼭 그렇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북미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서 구매 수요 하락 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보다는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하고 있다.
부품은 결제통화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부품을 달러로 구매하고 완제품은 각국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달러 강세는 부품 구매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신흥국 현지 통화 약세는 구매 수요 감소로 이어져 판매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어 환차손 발생과 함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가전 업체들은 환헷지(환율 위험회피)를 위해 달러화 확보와 현지통화 결제, 현지 생산 및 판매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은 환헷지 규모를 크게 가져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리스크 부담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향후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 2분기 이후 환율이 1100원~120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온 만큼 아직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추가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에 주시하고 있다. 12월 중 미국 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고된 상태여서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추가적인 수요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달러 강세가 지속될 전망으로 이는 국제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신흥국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원유 등 원자재 시장 투자 자금이 외환시장으로 이동하게 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부품 가격과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가전 업체들이 이중고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의 향배에 따른 신흥국 경기가 변수지만 내년 1분기까지 당분간 쉽지 않은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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