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1주년’ 한진, ‘최순실 리스크’ 딛고 일어설까
한진해운 법정관리·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 곤혹
한진그룹이 지난 1일 창립 71주년을 무겁게 맞이했다.
이날은 별도의 행사 없이 통상적인 업무가 이어졌다. 조양호 회장 주재로 정관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하고 조중훈 선대회장의 전기를 출간하는 등 성대히 열렸던 지난해 70주년 창립일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진그룹은 올해 갖은 풍파를 겪었다. 지난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육해공’ 가운데 한 축을 잃었고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K스포츠재단 출연을 거부한 시점부터 올해 한진그룹의 ‘불행의 씨앗’이 싹을 틔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조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액을 적게 냈다는 이유로 해임된 것이란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모 재벌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을 더 내라’라고 했더니 ‘내가 지금 정부 큰 프로젝트에 1000억원 이상 썼고, 미르재단에도 10억원을 냈는데 또 K스포츠재단에 10억을 내라고 하느냐’고 답변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재단 출연 거부 이후 한진그룹과 정부와의 불화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의 단골손님이었던 조 회장은 지난 5월 1~3일 일정이었던 이란 경제사절단에 불참했다.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을 제치고 이란에 신규 노선 운수권을 배분 받은 대한항공의 사정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보였다.
특히 조 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기간인 5월 3일 그룹 내 현안 해결을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유치를 확정하기까지 공로를 인정받은 조 회장의 사퇴는 충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됐다.
한진해운의 회생을 놓고도 정부의 태도는 냉정했다. 채권단과 부족자금 3000억원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행을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꾸짖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인사 청탁 의혹이 있는 대한항공 부장이 제주지점에서 불미스런 사유로 파면 당한 이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조 회장은 지난달 4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했음에도 정부와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것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올해 한진그룹에 터진 일련의 사건들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리스크’를 떨쳐내고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매출 3조568억원, 영업이익 4476억원, 당기순이익 4280억원을 달성하며 재무 불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각 계열사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 체질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육해공’ 중 ‘해’가 빠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일류 물류기업으로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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