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거국내각' 정국 속 걸음 늦추는 안희정, 왜?
"거국내각 하려면 짚어봐야 할 과정 산적...툭 던지는 것은 신중치 못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도 부쩍 바빠졌다. 야권의 간판급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거국중립내각 구성부터 하야(下野)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다만 ‘친노(친 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법적 처벌 요구 외에 백가쟁명식 주장들 앞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직·간접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상태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권한을 국회에 이양하며 △국회가 총리를 지명하되 △‘공범’인 새누리당은 총리 추천과정에서 빠지고 △총리가 장관 등을 지명해 내각을 구성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라며 사실상 하야와 일맥상통하는 바를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선 야당이 과반 의석이므로 사실상 총리 임명권과 각료 임명권도 갖게 된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국가정책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숨기거나 회피하면 이 문제는 더욱 더 커지고 파국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봐도, 진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까지 간 것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이 이대로 간다면 탄핵 정국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 시장은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 당시에도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 시장 역시 최근 청계광장 촛불시위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사퇴론에 재차 힘을 실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깃털 최순실이 아니라 머리 박근혜 사퇴, 몸통 새누리 해체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친일부패독재의 청산과 공정하고 공평한 나라의 새출발은 박근혜 사퇴에서부터”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정면으로 촉구했다. 해당 주자들 간 차이점은 ‘하야’ 또는 ‘사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했는지 여부의 차이일 뿐, 내용상으론 궤를 같이 한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의 경우, 탄핵론과는 선을 긋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내각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하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거국중립내각 구성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에게 거국내각 구성 의지를 밝히는 영수회담 형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토론회 축사를 위해 국회를 찾은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도 "거국내각, 중립내각을 세우거나 여야 간 대연정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는 거국중립내각 또는 하야 요구 등 정치권에서 연일 제기되는 각종 제안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일본 출국을 앞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국정 표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 특히 야당의 지도자들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대책 수립을 요청하시라”고 촉구하면서도 “무조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방점을 찍었다.
안 지사는 특히 “민주당과 야당은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향후 국정수습 방안을 주도적으로 논의, 실천해주시기를 바란다”며 국정운영의 한 축인 야당의 책임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대선주자로서 극단적 언어나 선명성 경쟁에 휩싸일 경우, 보편적 국민여론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최측근이자 공보업무를 담당하는 박수현 전 민주당 의원은 “거국내각까지 가기 위해선 대통령의 권한 이양 범위를 비롯해서 짚어봐야 할 과정들이 굉장히 많다”며 “시국이 급박한 것은 맞지만, 정치인이 충분한 고민 없이 툭 던지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총리 후보는 여당이 추천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야당의 시각이면, 그런 문제점과 전제조건을 이행할 수 있도록 미리 짚어본 뒤에 갔어야 하는데, 툭 던져놓으니 그런 암초를 만나게 됐다”고도 했다. 아울러 현재 거론되는 갖가지 방법론과 이를 사이에 둔 여야 격돌에 앞서 박 대통령의 ‘고해성사’ 수준의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안 지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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