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진보험' 어디까지 왔나…"보완 시급"
국내 '지진 리스크' 검토 없어 보험 설계에 한계...민간상품도 '부재'
전문가들 "보험요율 현실화 발맞춰 보험 보장 공백도 함께 이뤄져야"
지난 9월 경주지진을 계기로 지진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여전히 시작 단계에 불과한 국내 지진보험의 한계점이 속속들이 노출되면서 그에 따른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지진보험제도는 총 세 종류로 구성돼 있다. 정책성보험인 풍수해보험과 일반 화재보험, 화재와 재물배상책임 등 전반을 담보하는 기업 전용 패키지보험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 일반인들의 가입이 가능한 보험은 풍수해보험과 일반 화재보험이다. 우선 정부가 보험료 일부(55~86%)를 지원하는 풍수해보험은 홍수, 태풍과 같은 풍수해를 주로 담보하도록 구성돼 지진 보장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는 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정부 예산에도 한계가 있어 사업 확장 면에서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화재보험 내 지진보험특약 역시 한계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주지진 직후 각 손보사에는 지진보험 문의가 속출했으나 여느 때와 달리 보험사들은 보험 인수를 거절했다. 본진 이후에도 장기간 동안 발생한 여진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될 정도로 발생비율이 저조해 2012년 기준 주택 0.0043%로 낮게 책정된 손해율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국내 지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구체적인 리스크를 알 수 없다는 점 역시 보험사들의 몸을 사리게 했다.
외국의 경우 이같은 점을 고려해 민간 대신 정부가 국영보험사나 재보험사를 통한 재해보험 운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를 의무보험으로 도입한 국가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이번 지진을 계기로 관련 의무화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 많아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 데다 이미 정부가 재해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 등 재해에 대비한 정책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진보험 활성화를 위해 지진 위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정립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진과 여진이 있는 지진의 특성 상 그 담보 기준이 모호할 경우 향후 보상 과정에서 분쟁 발생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문화재 지진특약의 경우 지진 담보 기준이 72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따라 72시간 내에 발생한 지진을 하나의 사고로 합산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별도의 재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보험에서는 여전히 이같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진으로 신체적 피해를 입은 타인에 대한 배상에 있어서도 현행 보험규정 상 면책으로 규정돼 있어 대형 지진 발생 시 이 역시 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한 50대 여성이 대형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도중 지진으로 부상을 당했을 경우, 해당 기업이 지진을 담보하는 패키지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이 여성은 해당 보험으로 자신의 부상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코리안리재보험 신동환 파트장은 "지금까지 패키지보험의 경우 보험료 할증 없이도 지진에 대한 보장이 가능했고, 일반 화재보험 역시 특약보험료 980원을 추가하면 가입금액 2억3000만원을 보장하는 방식이었다"며 "그러나 이제 지진이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리스크로 다가온 만큼 요율 현실화와 더불어 지진보험의 조건 역시 고객들의 실정에 맞게 변경해 그 보장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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