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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개헌 블랙홀'로 성큼 빠져든 이유가...


입력 2016.10.24 16:39 수정 2016.10.24 17:32        고수정 기자

최순실 게이트·우병우 의혹 인한 레임덕 차단 전략 해석

비박 원심력 통제·문재인 견제 등 대권 염두했단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최순실 게이트·우병우 의혹 인한 레임덕 차단 전략 해석
비박 원심력 통제·문재인 견제 등 대권구도 겨냥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 카드’를 끄집어낸 것은 수세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많다. ‘최순실 게이트’, ‘우병우 비리 의혹’ 등 악재가 겹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개헌을 추진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레임덕 발생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안 마련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며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의 공감을 얻은 뒤’라는 전제를 달고 개헌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을 개헌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 = 블랙홀’이라는 부정적인 기조를 보여왔다.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개헌 논의가) 블랙홀 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는 그런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입에 개헌을 달고 하는 것은 저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마지막 카드’로 두고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개원 연설에서 ‘조건부 개헌론’을 들고 나오면서다. 이 대표는 “개헌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라며 “학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추진 방법과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이날 전격 선언은 수세국면 돌파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야권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 등을 놓고 박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개헌 주도권을 국회 혹은 제3지대에 빼앗기면 레임덕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이재오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개헌을 정국 돌파구로 꺼낸 것이다. 누가 봐도 최순실·우병우 의혹 등이 사회 기강을 혼란시키는 최악의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는 개헌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통화에서 “레임덕 차단을 위한 결단”이라며 “국회에서 개헌을 주도할 경우 청와대가 어쩔 수 없이 쫓아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지만, 청와대가 개헌의 주도권을 잡으면 정국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개헌 주도권을 통해 여권에 유리한 대권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유력한 주자로 분류되긴 하지만 본인의 의사가 뚜렷하지 않다. 개헌론의 중심축을 청와대와 여권으로 이동시키면 분산된 여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 개헌 방향을 두고 여권에 다양한 세력 간의 연대, 대권 주자별 이합집산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권 주자가 뚜렷하게 없는 불안한 상황을 타개해 추후 띄울 대권 주자가 개헌 정국을 타고 정권 재창출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이다.

비박계의 원심력도 차단할 수 있다. 비박계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견제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보에 “청와대의 개헌 주도는 비박계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반 총장 등 여권의 유력 주자와 여권 인사의 짝짓기를 통한 차기 대선 구도가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안정을 찾아가면 레임덕도 완화되고, 개헌을 외치는 비박계의 원심력도 약해질 수 있다. 보수층의 이탈을 최대한 잡아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사실상 대세론을 형성했다고 보기에는 미약한 수치”라며 “이 때문에 개헌에 반대하고 현상 유지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개헌 군불떼기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민주의 비주류,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모여 전선이 형성되고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목소리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청와대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개헌은 오래 전부터 공감해온 사안이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개헌을 현실화하기에는 국민 공감대, 국회의 의견과 국회의 구조가 개헌에 적합하느냐, 개헌 공론화했을 때 논란만 제기되고 개헌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토론이 되지 않을 가능성 높다고 봐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20대 국회에서 현재 구조에서는 어느 정치세력이 일방적으로 개헌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고 국회의원 대다수가 개헌 추진하는 모습이고 역대 의장이 개헌안 마련하고 지금은 정세균 의장은 가장 강력하게 개헌 추진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정치 일정상 개헌에 대해 국민 공감대 형성하고 개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시기적으로 더 이상 개헌 제안을 늦추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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