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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공매도 공시제' 실효성 논란


입력 2016.10.04 20:45 수정 2016.10.05 17:30        김해원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6월부터 ‘공매도 잔액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급락을 앞두고 공매도 수량이 전날보다 1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공시한 것은 다음날 오전 9시 장이 열린 뒤 29분 후다. 이 사이 총 2200억원이 거래됐다.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기술 도입·이전·제휴와 관련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이기 때문에 14시간이 지난 뒤 공시한 것에 대한 법률적 위반 사항은 없다.

다만 문제는 한미약품이 '지연공시'를 하는 사이의 공매도 물량이 10만4327주로, 상장 이후 최대치라는 점에 있다. 지연공시로 인해 공매도 세력이 1주당 최대 20%가 넘는 차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는 59만621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주식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주식을 공매도 한 뒤 3일 안에 주식을 구해야한다. 주로 주가가 비쌀 때 공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를 갚는 식으로 차익을 올린다. 때문에 주가가 약세장일 것으로 예상될 때 기관·외국인 등 대형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했다. 개별 주식에 대한 공매도 잔액 0.5% 이상 보유자에게 매일 보유 내역을 받아 거래 3일 후 공시하는 제도다.

하지만 공매도 주체인 외국인투자자는 증권사와 스왑거래를 통해 공시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진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지적됐따.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스왑계약 상대방을 공시 대상자의 특별관계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왑거래는 공매도 주체는 증권사지만 외국계 펀드 등이 수수료를 주고 공매도에 따른 손익만 정산해가는 구조로 실체를 드러나지 않게 거래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노출을 꺼리는 외국계 펀드는 스왑거래로 공시 의무 비켜갈 수 있다는 허점 뿐만 아니라 과태료도 5000만원에 불과해 공매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예를 들며 과태료 수준을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잔액 공시제도의 도입취지는 공매도를 많이 한 투자자의 신원을 공개해 과도한 투기를 막자는 데 있는데 공매도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실체는 알 수 없어 실효성 없는 제도"고 말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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