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대한항공, 한진해운 지원 눈치 보는 사연
한진그룹, 정부 추가지원불가 원칙에 마지못한 자금 지원
대한항공 2분기 부채비율 1100%…추가 지원여력 없어
대한항공이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한진해운에 약속한 600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지난 10일 의결한 롱비치터미널 담보 선 취득 조건부 지원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식석상에서 한진그룹과 경영진에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입장이 난처해진 대한항공은 18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장시간 논의를 거쳤으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대한항공 측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이사회를 속개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19일에는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정부와 채권단 측이 지원불가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청산위기에 몰린 한진해운에 더 이상 돈을 쏟을 필요가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은영 전 회장 등이 마지못해 사재출연 등 자금지원에 나섰지만 정부의 지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룹차원에서 실익이 없다.
국내 해운업의 위기와 별개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조달할 여력도 마땅찮다. 긴급 이사회에서 조양호 회장을 비롯, 지창훈 사장 등 이사진 6명이 모두 참석해 대안을 논의했음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은 무리한 추가 지원으로 대한항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 부채비율이 1100%에 육박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의 영업능력과 무관하게 신용등급 하향 위험에도 노출돼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159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6년 만에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3분기도 저유가와 여객수요 증가 등이 겹쳐 2분기 보다 나은 실적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진해운 족쇄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3분기에 더 큰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한진해운 관련 손실로 인해 4257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2019년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보잉사와 에어버스 등 주요 항공기 제조업체와 항공기 10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우주사업에서도 무인기 개발와 민간항공기 구조물 제작 사업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 LA에서 운영 중인 월셔 그랜드 호텔의 재건축도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7월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진인터네셔널코퍼레이션(HIC)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호텔(Wilshire Grand Hotel) 재개발 사업금액을 1860억원가량 확대했다.
대한항공의 지속적인 투자에 따라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한공은 최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S-OIL 지분 매각, 엔진 및 항공기 일부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유상증자 등을 단행했다. 그러나 2015년 말 868%까지 떨어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2분기 1100%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투자 및 차입금 축소에 집중해야 할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지원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항만에서 입항이 거부되거나 하역 대기 중인 한진해운 선박 90여척을 정상운영하려면 약 17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세계 각국의 법원이 스테이오더 신청을 받아들였음에도 터미널에 하역된 화물에 대해 채권자들이 권리 행사에 나설 경우 소송에 휘말리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건을 하역한 이후 운반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각 터미널에 보증금과 운반비를 납부해야한다”며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짐을 내려놓기로 한 상황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물류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조속히 자금 조달 대안을 확정짓고 600억원을 지원해도 이는 급한 불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물류대한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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