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두환 예방' 당내 반발 거세지자 취소

광주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파렴치한 왜 만나" 송영길 의원도 "어불성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며 전직 국가 원수로서 전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고위원회와 충분한 상의 없이 일정을 결정했다가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앞서 추 대표는 오는 12일 오후 3시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예방도 예정됐다. 특히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에게 당대표 취임 인사차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대표가 전 전 대통령 예방을 계획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광주학살의 장본인'에게 예우를 갖추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제기됐다. 송영길 의원은 SNS에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헌정찬탈·내란목적 살인범을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고, 박홍근 의원도 "'이건 뭐냐'는 날선 질문에 저도 대답을 못 찾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광주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파렴치한을 왜 만나느냐"라고 강하게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추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적절치 않은 예방이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지, 호남이나 비호남이냐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당 안팎의 부정적 입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추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전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추미애 대표는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원의 의견을 존중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정 취소로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이를 계기로 추 대표는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부터 당 일각에선 추 대표의 일방적 성향으로 인해 내부 혼란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