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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못 밟은 오바마, '해프닝'인가 의도적 '홀대'인가?


입력 2016.09.05 18:07 수정 2016.09.05 18:08        목용재 기자

외교가 "의도적 의전 홀대 상상하기 어려워…미국 경호당국이 까다롭다는 지적 많아"

전문가 "사드·남중국해 관련한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을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의전 홀대'가 단순한 '해프닝'인지 의도적인 망신주기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외교가 "의도적 의전 홀대 상상하기 어려워…미국 경호당국이 까다롭다는 지적 많아"
전문가 "사드·남중국해 관련한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을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의전 홀대'가 단순한 '해프닝'인지 의도적인 망신주기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G20정상회의 참석차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항저우 샤오샨 공항에 도착하자 중국 측은 이동식 계단인 트랩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각 나라 정상들이 밟고 내려오는 계단에 레드카펫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의 앞문 대신 뒷문 출구를 이용해 내렸고, 오바마 대통령을 취재하려는 미국 취재진과 중국 당국 간의 마찰도 이 같은 중국의 '미국홀대 논란'을 증폭시켰다.

미국과 중국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갈등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제압' 차원에서 의전에서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누에고치론'에 맞장구를 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다시 포용하면서 미국에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미국 홀대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이 G20 정상회담과 양자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홀대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까다롭기로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 경호팀이 중국 의전담당 측에 무리한 요구로 인해 마찰을 빚었고 이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의전 관련 원칙이 있는데 이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고 '미국식'으로 진행하려다 마찰을 빚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의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FM으로 의전을 진행하려고 했고 미국 측은 자신들의 경호 상 편의를 추구하려다 충돌, 발생한 에피소드"라는 말이 나온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5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중국이 공항의전에서 미국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홀대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의전을 통해 상대방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미국은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직 당국자는 "MB정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을 했는데 우리 의장대의 사열 행사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의장대가 소지하고 있는 의례용 칼을 문제 삼아 칼을 모두 제거하라고 요구했다"면서 "그래서 의장대를 빼버리고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한 적이 있다. 다른 국가정상을 맞이할 때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미국의 경호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사전 검색 등을 직접 하려고 하기 때문에 맞이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불신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미국 홀대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도 관련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고 G20 같은 큰 정상회담은 (중국의) 부담이 크고 중국에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또 처음 일어난 일도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공항 의전을 통해 타국의 정상을 골탕 먹이겠다는 발상은 너무 유치하고, 의전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번 일은 실무 차원에서 미리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미국의 비행기가 예정 도착시간과 달리 도착했거나 등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이 최근 사드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미국 홀대 논란'에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양국의 지도부뿐만 아니라 실무진들 사이에서도 최근 사드, 남중국해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의 갈등이 의도치 않게 의전 부분에서 표출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SBS라디오에 출현해 "남중국해 문제를 가지고 헤이그 상설 중재위원회에서 미국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중국이) 이 부분에 대해 불편했을 것"이라면서 "오바마가 중국에 와서 남중국해, 인권 등 미국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가지고 중국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예견되니까 한 번 골탕 먹어보라는 식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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