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지주사 전환 속도...그룹 지배구조 개편 '주목'
삼성생명, 삼성증권 지분 추가 매입으로 19.16% 보유
법제도 및 자금 마련 등 장애물 많아 여전히 불투명
삼성생명이 그룹 내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함께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지만 아직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다.
18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 날 오후 일제히 이사회를 개최하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안건을 각각 의결했다.
이번 의결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전량인 8.02%(613만2246주)를 매입, 삼성증권 보유 지분이 기존 11.14%에서 19.16%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시너지 창출과 회사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 SRA자산운용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등 시너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자사주 추가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 외에도 삼성카드 지분 71.86%, 삼성자산운용 지분 98%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을 인수한 바 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속도 내나=삼성생명은 이번 추가 지분 매입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비상장사 50% 이상)을 보유하고 최대주주가 돼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 지분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법제도적 문제가 남아 있어 당장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법에서는 공정거래법·은행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법률 등에서 금융과 산업 계열사를 반드시 분리하도록 하는 ‘금산분리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시 이러한 금산분리의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워 보다 현실성 있는 규제로 제기된 것이 바로 ‘금융중간지주회사법’이다.
이 법은 '금융중간지주회사'라는 개념으로 일단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이 금융지주회사를 기존 지주회사 아래로 넣도록 하고 있다. .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밑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과 금융계열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0.6%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 보유 지분은 16.5%로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4.1%)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지난 19대 국회때 발의됐지만 재벌 특혜를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면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법이 통과돼야 삼성생명이 그룹 내 금융계열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 법제도가 마련된다고 해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마련도 관건이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생명도 금융지주사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은 금융지주사 전환과는 관계 없는 것”이라며 “아직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도 주목=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주목되고 있는 것은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삼성 내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 밑으로, 제조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밑으로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각각 지주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양사 지주회사를 통합해 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홀딩스가 출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관건은 지분 정리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만 명백한 지주 체제로의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야당이 다수인 국회 구성과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그 첫 단주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이 사안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속도도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시점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라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만큼 언제든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