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지지 요청에 협조한 오세훈, 속내는?
"그동안 물 밑에서 비박계 단일화 조율해왔다"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제4차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비박계 단일후보로 결정된 주호영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몸집을 키우던 그가 주 후보의 손을 잡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 전 시장과 주 후보는 8일 오전 여의도 한 식당에서 50분 가량 조찬 회동을 가졌다. 주 후보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당을 혁신하고 내년 정권 재창출을 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는지 상의하는 자리였다"며 "깨끗한 새 정치의 원조인 오 전 시장으로부터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방법을 조언 받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대의원 현장투표가 남았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저희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전대 개입을 주저하던 그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비박계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 당협위원장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던 오 전 시장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식의 발언을 일체 하지 않았다. 당시 오 전 시장은 당 대표 후보자들이 모인 전국 원외위원장 대토론회에 참석했지만 별 다른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그는 "원외위원장 모임을 과거에 비해 내실 있고 자주 열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 대표가 되는 분은 분기에 한 번 씩이라도 우리가 마련하는 모임에 참석을 해준다면 원외의 목소리가 바로 당에 전달되고 그 때 그 때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대변하는 발언만 했을 뿐이었다.
그는 그동안 철저히 현재 신분에 국한된 행동만 했다. 그 어떤 오해를 받을 만한 말도 하지 않았다. 4일 대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던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이 "오 전 시장이 지금은 밑(원외위원장석)에 있지만 내년엔 (대선 후보 자격으로) 위(당 대표 후보석)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지자 오 전 시장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전대 직전 특정 계파 지지를 선언한 것은 그가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 하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의 주자인 오 전 시장 입장에선 대선 정국에서 자신을 밀어줄 사람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유리하니 이를 내다보고 비박계와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있던 오세훈, 비박 선택한 이유?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오 전 시장은 줄곧 개혁파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그는 MB 정권에서 서울시장을 지냈고 지금은 비박계의 잠룡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다수가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의 탓을 친박의 공천 전횡으로 말할 때 동참하지 않으며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에 휩싸였다.
지난달 11일 원외위원장 총회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공천 파동에 울분을 터트리며 당시 당지도부와 친박계는 물론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화살을 겨냥했으나 오 전 시장은 이에 가담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거론하는 '오세훈 대권론'에 뜻 모를 웃음만 보였을 뿐이었다.
오 전 시장은 같은달 27일 종로구 당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당초 일부 후보를 불러 비박 후보 간 단일화를 조율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모든 후보들을 초청하며 '계파 사이에서 줄타기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당시 "난 오늘 주인공이 아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전혀 일이 없다"며 "당원 여러분을 모신 자리일 뿐이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원론적인 말만 했지만 오 전 시장 속내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전대가 눈 앞에 다가오며 그는 계파색을 드러냈다. 소식을 접한 상대 후보는 가만 있지 않았다. 친박계 이정현 후보는 "오 전 시장은 당내 유력 대권 주자의 한 명으로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정말 중립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며 "오늘 만남이 언론과 당원에 어떻게 비춰지고 해석될 지 오 전 시장이 판단을 못 했다면 너무 실망스럽고 판단을 하고도 만남을 강행했다면 여당 유력 대권 주자로서 썩 신중한 처신은 아니다"라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앞서 김무성 전 대표가 비주류 지지를 선언했을 때에도 친박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터라 이 역시도 예상되는 반응이었다. 오 전 시장은 상대 진영의 강한 반발을 들으면서도 입장을 공개했다. 오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선거 때 다들 민감한데 본인을 도와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비판에) 일일이 다 코멘트하면 점점 더 복잡해진다"며 "지난 번에 총선을 힘들게 했던 원인이 이른바 강성 친박 쪽의 공천 행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당을 확 바꿀 수 있는 비주류 쪽에서 대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전대를 하루 앞둔 이 시점에 입장을 밝혔는 지에 대해 "그동안에도 나는 비주류의 단일화를 위해 물 밑에서 움직여 왔다"며 그 결과로 나온 주 후보에게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해석에 해명을 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대권 행보를 본격화 한 게 아니냐는 물음에 부인하며 "나중에 내가 당직을 맡을 것을 기대하거나 생각한 것은 아니다. 원래 입장을 견지해왔던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최근 민생 투어를 진행 중인 김 전 대표는 8일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귀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 단일 후보인 주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이 4·13 총선에서 회초리를 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힘을 실었다. 이 소식을 접한 오 전 시장은 "'국민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국민이 바라는 바'와 같은 표현 아니겠나"라면서도 "이와 관련 김 전 대표와 사전에 의견을 나눈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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