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찍어라' 메시지 논란 속 지지자들 공방
<현장>이주영 "반혁신의 표본" 한선교 "당을 절망의 늪에 빠지게 해"
"맞습니다. 이주영! 이주영!" "조용히 하세요! 듣기 싫어요!"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당대표에 출마해 비박계 단일후보로 남게 된 주호영 의원의 위상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정현·이주영·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후보들은 초조한 모습이다. 특히 6일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주호영 의원을 정면으로 '디스'했고, 이에 지지자들 간에도 공방이 벌어졌다.
전날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병국 의원을 누르고 비박계 단일후보로 확정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주가가 배 이상 상승한 모습이었다. 눈에 띄게 증가한 지지자 수에 더해 주 의원 본인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 듯 했다.
4명의 당대표 주자들 가운데 이정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연설회장에 도착한 주 의원은 입구에서 춤을 추고 있는 본인의 지지자들 앞에서 춤을 따라 추는 등 기존의 연설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연설회 때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참석해왔던 이주영 의원은 관계자 두어명과 조용히 입장했다.
공교롭게도 장내 좌석 배치 역시 주호영 의원 측 지지자가 오른편에, 이주영 의원 측 지지자들이 왼편으로 돼 있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이었음에도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한 캠프에서 후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면 곧장 상대 캠프에서도 후보의 이름을 외쳐댔다. 이 의원 측 지지자들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연신 이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지만 주 의원 측 지지자들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에 눈길은 주 의원 캠프로 쏠렸다. 주 의원과 단일화를 한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등장하자 응원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날 정견발표 순서는 주 의원이 가장 빨랐다. 파란 셔츠에 노타이 차림의 주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자리에 앉아있던 지지자들은 모두 기립해 환호성을 질렀다. 주 의원은 "대망의 4번 타자, 혁신 단일후보 주호영이다"고 본인을 소개한 뒤 "저 자신이 지난 4.13 총선에서 낙천의 아픔 끝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만 수도권에 계신 당원동지들을 뵈면 제 이야기는 꺼내지 죄송할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이 분열되어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참패 끝에 제2당으로 몰락했다. 누구의 잘못이며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은 뒤 "어떤 후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는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잘못없는 사람이 왜 책임을 져야 하나"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주 의원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지 모두 다 아시죠?"라고 묻자 좌중에서는 "친박" "당대표"라는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 의원은 "울분에 가득 차 계시죠? 풀어야 되겠죠? 8월 9일 전당대회 투표장에서 여러분들의 울분을 표로 마음껏 나타내주시기 바란다"며 "수없이 지역을 다니면서 고생하고 밤잠 안자고 숨소리도 조심하면서 왔는데 공천파동, 오만한 행동, 막말, 친박 감별 등이 몽땅 (총선을) 망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역시 화두였다. 주 의원은 "혁신과 변화를 원하는 후보들이 모두 힘을 합쳤다.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힘을 제게 모두 실어줬다"며 "특권을 없애고 더 간절하게 국민 삶 속으로 다가가 절박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와 혁신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바로 당대표가 된 드라마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나"고 말해 지지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호응도 잠시 곧장 이주영 의원의 비박 진영 단일화 비판에 맞닥뜨렸다. 이 의원은 "혁신을 말하며 반혁신을 하는 이런 후보를 우리는 심판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강력 비난했다.
그는 "지금 '오더 정치'를 해서 우려가 많다. 만일 사실이면 지금 당장 거둬주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주 의원 지원설이 돌고있는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이런 오더정치야말로 반혁신의 표본이다. 당원이 주인이 되도록 혁신하겠다면서 당원들을 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금 우리는 새누리당 분당의 전주곡을 듣고 있다. 계파 양극단의 조종을 받은 그런 당대표가 뽑히면 당은 필연코 분열의 길로 갈 수밖에 없고, 대선은 망한다"고 경고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이 "이 자리에 김용태·정병국 의원이 계신가?"라고 묻자 주 의원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없습니다"라는 퉁명스런 답이 나왔다. 다시 이 의원이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고 하자 "아프겠지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이 의원 측 지지자들은 북까지 꺼내들며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주 의원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하세요!" "하지마!" "듣기 싫어요!"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 의원 측의 지지와 환호는 한 층 더 커졌고 주 의원 캠프 쪽에서도 피켓을 꺼내들었다. 연설 중이던 이 의원이 "당 통합의 유일한 희망은 누구입니까?"라고 외치자 오히려 주 의원 측 지지자들이 주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나머지 친박계 후보들도 주 의원을 향한 비판에 힘을 보탰다.친박계 주류 이정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를 언급, "광주에 출마해 39.7%를 득표했는데, 야당이 단일화하고 또 단일화를 해서 떨어졌다"면서 "이게 참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는데 또 단일화하는 상대를 상대하고 있다"면서 주 의원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범친박계 한선교 후보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나돌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일을 하는 제일 위에 계신 분들, 당신들이 아직도 당을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며 "당신의 권력, 당신의 정치 이외에 당에 무엇이 남아 있다는 말이냐"고 비판해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주호영·강석호·이은재 의원 등 새누리당 비주류 당권주자 및 최고위원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이른바 '오더 투표' 문자 메시지가 발각 돼 논란이 일고있다.
해당 메시지는 새누리당 안성시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이 돌린 메시지로 당대표 후보는 비주류 단일후보 기호4번 주호영, 최고위원에는 기호7번 강석호, 여성 최고위원은 기호6번 이은재, 청년 최고위원은 기호3번 이부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함진규 최고위원 후보도 해당 문자메시지를 거론하며 "위로부터 특정인을 찍으라는 이런 문자를 보내는 일이 당내 민주화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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