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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청 누리예산 갈등에 '새우등' 터지는 어린이집


입력 2016.07.22 16:15 수정 2016.07.22 16:15        하윤아 기자

정부 추경안 놓고 교육부 "예산 편성해라" VS. 교육청 "법률 위반"

어린이집 원장들 "주머니 싸움은 그만…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

교육부와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책임을 두고 또다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신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 추경안 놓고 교육부 "예산 편성해라" VS. 교육청 "법률 위반"
어린이집 원장들 "주머니 싸움은 그만…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


22일 정부의 추경예산안이 의결된 가운데 교육부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책임을 두고 또다시 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지를 따지기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하루 빨리 해결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 원장은 22일 ‘데일리안’에 “어린이집 입장을 생각해주는 게 먼저라고 보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계속 본인들 주장만 하고 있지 않나”라며 “어린이집 운영이 계속 불안하고 아이들도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을 다니기가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어 모두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원장은 “예산을 제대로 준다 하더라도 어린이집은 살림살이가 빡빡하다. 넉넉하게 받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것마저도 주네 안 주네, 네가 줘라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어린이집 원장들끼리는 어떻게든 지급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결국에는 정치적 싸움에 우리가 이슈거리가 돼 늘 당하고만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미편성한 전북 소재 어린이집 김모 원장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북은 지난 4월부터 예산이 끊겨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도 힘들고 시설도 힘들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교육부도 교육청도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주거나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서로의 책임이라고만 하니까 정말 화가 나고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여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한 김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 교육인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이 지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제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누구든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렇듯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여전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교육부는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6년도 추경예산안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 1조 9331억원 증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안에 내국세 초과세수 예상분 약 9조 5000억이 반영됐으며, 이에 따라 내국세의 20.27%로 연동돼 각 시도교육청에 교부되는 교부금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1조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교부해야 한다.

교육부는 현재 유아교육법·영유아보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이 정부로부터 받은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경으로 교부금이 늘어나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에 일부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육부는 “증액되는 교부금은 누리과정과 교육환경개선 등의 용도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법정 의무지출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는 교육청은 교부금 재원을 활용해 조속한 시일 내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으로 분류돼, 시·도교육감이 아닌 시·도지사의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일부 교육청은 “교육부가 각 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경기·광주·전북 등 3개 교육청은 이 같은 입장에서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은 14조원이 넘는 지방교육채를 떠안고 있고 이 가운데 올해 상환해야 할 부채만 5000억원이 넘어, 교부금은 지방교육채 상환에 사용돼야 한다는 게 교육청 측의 주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이재정)는 추경안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과 관련, “누리과정 사업추진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추계에 근거하여 시작됐고, 결국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라며 “누리과정 관련 법적 문제의 해결과 교육여건 및 교육재정의 정상화를 위해 이번 추경안에 누리과정비가 별도의 예산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청은 이번 추경에 따라 1조 9000억원의 교부금이 증액됐다는 교육부의 설명에 “내년도 교부금을 당겨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번 추경 재원은 올해 세수 여건이 개선된 것을 반영했기 때문에 2016년 교부금이 순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내년 또는 내후년 교부금 감액을 전제로 편성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누리과정을 둘러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법적 예산 책임 소지에 대한 교육부-교육청 간의 갈등 해결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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