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현안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재탕·함량미달·억지 질문 이어진 본회의
국무위원 답변마다 '어제도(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국민들 "이러라고 뽑아놨나"
재탕·함량미달·억지 질문 이어진 본회의
국무위원 답변마다 '어제도(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제도(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관련 긴급현안질문 이틀째인 20일 본회의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어제도 말씀드렸지만'이었다. 의원들의 호명에 불려나온 국무위원들은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혹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으로 시작했다.
국무위원들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답변태도도 문제였지만 본회의를 지켜본 정치권은 대체로 질의 의원들의 '부족한 준비'와 '함량미달 질문'을 문제로 꼽았다.
이날 오전에 질의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전날부터 조기경보 레이더와 사격통제 레이더의 차이점을 수차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지 않은듯한 질문을 했다.
강 의원은 자신의 질의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3, 4분 내에 미사일이 떨어지는데 그때서야 레이더를 킨다는 것이냐"며 "레이더가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알고 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질의에 앞서 한 장관은 "사드의 레이더는 사격을 통제하는 레이더기 때문에 적의 미사일이 날라오지 않는데 켜놓을 이유가 없다. 다만, 적이 언제 미사일을 쏠지 모르니 조기경보 레이더는 24시간 켜놓는다"고 설명을 한 상태였다.
강 의원은 이후에도 '사드는 수도권외 지역을 타격할 고고도미사일을 방어하고 수도권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통해 방어한다'는 한 장관의 발언은 들리지 않는듯 "사드가 수도권은 방어를 못한다는 것 아니냐"만을 다그치며 오히려 "패트리엇으로 물타기 하지 말라"고 한 장관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강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당시 사회를 보고 있던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정부측 답변은 국무위원이 사실에 입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입장에서 답변을 하라 마라는 적절하지 않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국민들 "이러라고 뽑아놨나"
오후에도 '함량미달'의 질문은 이어졌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오전에 강병원 의원의 질의에서 이미 언급된 '4분 안에 탐지 후 요격'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했고 한 장관은 이 질문에 또 방공 체계와 요격 체계에 대해 설명해야했다.
김영호 더민주 의원은 '억지질문'을 했다. 김 의원은 "사드가 있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지킬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한 장관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금보다는 획기적인 수준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자 "완벽이 아니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한 장관은 "군사적 문제를 완벽이라는 말을 써서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후에도 "사드 포대를 몇 개 설치해야 북핵으로부터 안전한지 애매모호하게 말하지말고 정확하게 말하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백승주 의원은 질의시간 내내 황교안 총리를 시작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형환 산자부장관,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홍용표 통일부장관 등 이날 출석한 국무위원을 계속 불러내 3~5분씩 질의하고 돌려보내 지켜보는 국민들로부터 '출석체크하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날 방송을 통해 긴급현안질문을 지켜봤다는 직장인 A씨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를 때도 있었고, 일반인인 저도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이러라고 국민이 뽑아준 게 아니다. 알 권리와 국회의 견제 기능을 위해 부여한 소중한 질문의 시간을 함부로 쓴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정략적 공방만 있었을 뿐,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한편 이날도 의원들의 저조한 출석은 계속됐다. 본회의장은 질문이 이어지는 내내 재석 의원 숫자 100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산회를 선포할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의원들로 인해 산회 선포시에는 얼추 90여명이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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