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어가 경력? 선관위의 5급 '무늬만 공채' 논란
1명 채용에 1명 지원…'무늬만' 경력경쟁 채용
5급 상당 채용에 자격요건은 '영어·불어 능통자'뿐
5급 상당 채용에 자격요건은 '영어·불어 능통자'뿐
1명 채용에 해당업무 경력 없는 1명 지원…'무늬만' 경력경쟁채용
권은희 "누가봐도 납득이 안되는 채용"
결산심사가 한창인 13일 국회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5급상당 행정사무관 경력경쟁 채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015년 이루어진 중앙선관위 제10회 경력경쟁채용이 진행된 사항을 보면 거의 특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라며 중앙선관위의 경력경쟁채용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 의원은 "다른 채용공고와 달리 5급 경력직 행정사무관채용에 자격요건이 따로 적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는 '2015년도 제10회 경력경쟁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문'에 따르면 '자격요건'은 '영어 및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국제적 소양을 갖춘 자'가 전부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유독 제10회 경력경쟁채용만 별다른 경력요건이 없고 외국어 점수만 요구할 뿐이었다"면서 "외국어점수는 경력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고 김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절차에 있어서도 서류나 면접(전형 단계)에서 단 1인이 지원하고 (최종)합격까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국제업무 협력과 관련해서 그런 쪽에 특화된 인재를 채용하려고 했다"며 문제가 된 직원에 대해 "외교안보연구원에서 1년 정도 트레이닝을 시켜서 외교부 사무관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학생이고 일정부분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트레이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트레이닝은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으로 외교부는 지난 2013년 6월 외무고시를 폐지한 후 외교관 선발에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시험에서 합격한 자는 국립외교원에서 1년간 연수를 거치며 이를 통해 임용여부를 최종결정한다. 중앙선관위에 채용된 인원은 이 과정 연수결과 최종 임용에 탈락한 인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중앙선관위나 국회 등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우리의 공직자선발 채용기준이 전혀 효력을 미치지 않고 각자 기관의 고유한 채용기준에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의 경우 일반적인 5급 상당의 고위직 경쟁채용이라면 최소한 박사 이상 학위소지자에 변호사 등 국가자격증이 필요하다"면서 "면접시에도 최소한 최종합격자의 3배수를 뽑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한 문제가 된 경력경쟁채용의 '임시직 1년 채용후 조건부 정규직 전환' 조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권 의원은 "5급 경력경쟁채용의 근본취지는 엄격한 경력, 자격요건을 요구해 그런 자격에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마땅한데 10회 채용에 있어서 유독 경력이나 자격요건을 먼저 살피지 않고 기회를 주고 살펴본다고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바로 정규직 채용을 한 것이 아니고 임기제 직원으로 채용해서 사무실에서 같이 일 해보면서 직원이 상당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다면적으로 평가해보자 해서 채용한 것"이라며 "1년 정도 일해보고 아직 판단이 확실치않아 1년을 더 연장해서 지켜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총장은 독립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사와 관련한 질의에 외교부 차관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 채용이) 외교부 차관님께 '이런 요건의 직원이 한 사람 필요한데 그런 언어권 공간에 있는 행정원이나 외교관 중에서 우리 위원회(중앙선관위) 전입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달라'고 이야기해서 시작됐다"고 답했다.
김 총장의 답변대로라면 1년간 임기후 근무실적 평가 및 적격성 등 재검증을 통해 전환 채용여부를 결정하기로하고 채용한 인원을 '판단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로 1년간 아무런 경쟁 없이 연장채용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새로 채용공고를 내고 새로운 경력경쟁채용 과정을 거쳐야했을 문제로 보고 있다.
유독 제10회 경력경쟁채용만 조건부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총 14회의 2015년도 경력경쟁채용 공고중 임기제 직원을 채용해서 1년후 조건부 정규직 전환을 하는 채용은 문제가 된 제10회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주헌 대변인은 "해당 채용건은 외국 선거관리를 도와주는 원조활동 업무 때문에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잘하는 인재가 필요했고, 그런 인재를 자격요건으로 해서 뽑았다"고 해명했다.
단 한 명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합격에 이른 것에 대해서는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잘하는 인재가 별로 없다고 한다"고 전제한 후 "지원자가 단 한 명 밖에 없었고, 지원자를 면접심사한 심사관이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잘하는 인재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면접에는 영어에 능통한 중앙선관위 직원과 불문을 전공한 대학교수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변인의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잘하는 인재가 별로 없다고 한다'는 답변은 다소 논란이 있다. 국내 외국어전문 대학교로 통번역 대학원에 한영불과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A대학교는 선관위 인재채용의 목적이었던 '국제교류를 위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지난 1996년부터 국책사업으로 국제지역대학원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특히 동대학원 졸업자나 재학생들 중에는 선관위가 언급한 아프리카지역에서 직접 활동하던 인재도 다수 있다. 대학 관계자는 선관위가 제시한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잘하는 인재(토익 950점, DALF C2)'에 대해 "대학 학부 졸업생으로만 매년 10여명 이상 배출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대학원은 기본적으로 학과 관련 언어를 모국어수준으로 잘하지 않으면 입학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어떤 규정으로 채용을 진행했느냐는 질문에는 국가공무원법 제28조 2항 8호에 근거해 채용한 적법한 채용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공무원법 제28조 2항은 경력경쟁채용시험의 경력 등 응시요건을 정해놨는데 8호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국제적 소양과 전문 지식을 지닌 자를 임용하는 경우'로 규정돼있다.
또한 1년간 일반임기 전환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직을 1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경쟁 없이 임기를 연장시킨 점에 대해서는 "인재를 모으기 위해 이와 같이 1년뒤 평가를 통해 행정직 5급으로 전환채용을 한다고 (공고) 한 것"이라며 "우리 위원회가 (공고에) 1년이라고 썼지만, 일반 임기제 계약직의 경우 5년 이내에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말에 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다시 계약을 연장할 지, 공고를 내어 새로 경력경쟁채용을 할 지, 현 인원을 평가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할 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문제를 지적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관인데, 누가 봐도 납득이 안되는 인사채용으로 큰 실망을 주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부터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어긋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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