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황강댐 물폭탄 보내며 한쪽으론 대화하자고?
2009년 댐 방류 사전 통보 구두합의이후 단 4회
공개편지 "연석회의하자" 통일부 "작은 협력부터"
최근 북한이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성과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위한 북측준비위원회'(북측준비위원회)를 결성한 이후 평화통일·화합과 대화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폭우로 인한 황강댐 방류 사전 통보 등 작은 협조조차 제공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북측준비위원회를 결성해 남한 정부와 국회, 단체들의 주요 인사들에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8.15를 전후해 북남 당국과 해내외 정당, 단체대표들, 각계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적대회합을 평양이나 개성에서 개최하되 회의 명칭은 련석회의로 하자"는 내용을 보내고 있다.
특히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인사들과 국회의장단,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정부 인사, 해외 교포, 재계와 종교계 인사, 남북 교류 담당자 등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평화통일과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평화통일'과 대화 및 화합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사전 통보도 없이 열어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북한의 대화제의가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6일 오전 7시20분,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 측에 "북한이 황강댐 일부 수문을 개방했다"고 통보했다. 통일부와 군 등 정부당국이 북한으로부터 황강댐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사전 통보를 받은 것은 없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 2009년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남한 주민 6명이 사망한 이후인 같은 해 10월, 임진강수해방지 관련 남북실무회담을 통해 댐 방류에 대해 북한이 남한에 사전 통보할 것을 구두합의했다.
당시 회담에서 우리 당국자들이 "댐의 수문을 열어 방류 시에 사전 통보해달라"고 요구했고 당시 북한은 이를 수용했다. 다만 이같은 합의는 합의문 등의 형태로는 남겨놓지 않았다.
북한이 2009년 합의 이후 방류에 앞서 우리 측에 사전 통보를 한 것은 단 네 차례뿐이다. 2010년 황강댐 방류 시 두 차례, 2013년에 한차례 사전통보를 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금강산 댐 방류에 앞서 우리 정부에 한차례 통보한 바 있다.
2009년 합의 이후에도 북한은 우리정부에 사전통보하지 않고 댐의 수문을 열어 해마다 무단방류한 사례가 많아 인근 남한 주민들의 피해와 걱정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도 "무단방류 횟수를 매번 체크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유재학 경기도 연천군 어촌계장은 6일 CBS라디오를 통해 "해마다 이쯤되면 장마철이고, 이북에서 기습방류를 한다니까 걱정돼서 임진강에 나와서 대기한다"면서 "해마다 한두번씩은 꼭 (북한이) 방류를 했다. 그래서 2009년에 인명사고도 났었고 어민들은 계속 어망이 유실돼서 금전적인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계장은 "(정부에서) 통보는 잘해주고 있는데 (물이) 도달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그냥 통보 받고 쳐다보고 그냥 당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대화라든지 평화라든지 남북관계 개선이라든지 그런 것에 진정 관심이 있다면 방류(사전통보) 같은 작은 협력도 기꺼이 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대화와 관계없이 (인근 지역 주민 피해와 관련) 정부가 해야 할 바가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단방류로 인한 정부 차원의 대응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따.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황강댐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불안해질 수 있지만 공학적으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있다"면서 "어구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생명을 지키는데는 제대로 돼 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햇다.
박 교수는 "(북한 무단방류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군남댐이 있는데 이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서 "또한 군사분계선 바로 밑에 필승교가 있는데 이곳 수위관측기, CCTV로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위험 상황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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