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박은 서청원에 매달리는걸까
이정현·이주영·홍문종·최경환으로는 안 된다는 친박 의중 반영된 듯
새누리당이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내부에서는 '서청원 추대론'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이정현, 홍문종, 이주영 등 친박계 후보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친박 의원들이 서청원 의원을 미는 분위기다.
지난 4일 한 언론은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빌려 친박계 일각에서 서 의원을 당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느 때보다 당이 비상 상황에 쳐해 있는 지금 당의 맏형이자 친박의 좌장 격인 서 의원이 나서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근거로 달렸다.
이 같은 의견에 서 의원은 일단 부인했다. 서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이야기를 지금 들었다"며 "(출마) 생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지난 2014년 전당대회에 나서 당시 김무성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두 거물급의 맞대결 분위기는 살벌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양 측 모두 전력을 쏟았고 이 과정에서 서로가 입은 피해는 상당했다. 결과는 김 후보의 승리로 끝났고 서 의원의 전대 도전 역시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서 의원 본인도 계속해서 불출마 의지를 전해왔다. 20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그는 "훌훌 털어내겠다. 나 당 대표 꿈 없다. 이미 과정을 겪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8선 의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서 의원은 스스로 당직과 멀어지려 했다.
이처럼 본인이 마다하고 있는 데다가새누리당은 계속해서 혁신을 외치고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 상황에서 8선 의원이 당 대표에 올랐을 때 국민으로부터 '옛날정치', '구태정치'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박 의원들이 '서청원 추대론'을 펼치는 것은 현재 나와 있는 후보들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박계, 이정현·이주영·홍문종으로는 힘들다?
현재 당권을 쟁취하기 위해 나선 이들은 김용태, 이주영 의원 뿐이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후보군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출마 비율이 높다.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이정현, 홍문종, 원유철 의원 등이 있다. 당초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의 등판이 유력했지만 총선 참패 이후 가능성이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이번에 당권을 잡아 박근혜 정권 후반기를 뒷받침하고 향후 대선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 후보가 난립하면서 표 분산으로 비박계가 어부지리 승리를 거둘 경우 친박계로서는 향후 입지가 극도로 좁아진다. 그런 면에서 친박계는 지금 승리할 카드를 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친박계 입장으로서는 당권 주자로 나선 이들이 탐탁지 않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 몇 개 있다. 친박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의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보도개입 의혹에 휘말리면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 그 첫번째다. 이는 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전남 순천에서 3선에 성공하며 호감을 얻은 이 의원에게는 물론, 당으로서도 치명타가 됐다. 악화된 국민 여론에 비춰볼 때 이 의원이 전대에서 많은 표를 얻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주영 의원은 계파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고 사람 좋은 유한 이미지가 오히려 당권을 잡는 데엔 좋지 않은 영향이라는 일부 의견이 존재한다. 이 의원은 지역구에서도 이미지가 좋고 또 해양수산부 장관 당시 정부 인사로는 거의 유일하게 세월호 유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 받고 있지만 부드러운 이미지가 당직에 도전하는 그의 발목을 늘 잡아왔다. 친박 의원들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홍문종 의원은 이 의원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펼치는 것에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때로는 지나치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사무총장으로 지방선거를 지휘하면서 일부 의원들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는 정가의 파다하다. 이런 부분이 친박 의원들에겐 홍 의원을 밀기 부담스러운 점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서청원 추대론'이 탄력을 받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최 의원의 전대 출마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정가에서는 이미 친박계 주자로 최 의원이 나설 거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했고 그를 상대할 비박계 후보에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분위기가 달라졌고 당 안팎으로 최 의원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최 의원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또한 최 의원이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안으로 대권을 노린다는 시나리오도 짜여지면서 친박 의원 사이에선 '좌장' 서 의원이 나설 때가 됐다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결국 친박 의원들이 내세우는 '서청원 추대론'은 현재 당권을 잡으려고 뛰어든 친박 후보들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5일 오전 'SBS 라디오'에 나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사실인 것 같다"며 "전당대회에서 과연 우리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당대표가 선출이 될 수 있느냐 이런 문제로 고민하다가 나온 얘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