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만난 보험사 '먼나라 얘기 아냐'
보험연구원 "중장기 전략 선제적 마련…언더라이팅 역량 강화해야"
지난달 5월 7일 플로리다주 윌리스턴. 자동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던 테슬라 모델 S 전기자동차가 대형 트레일러트럭과 부딪혔다. 테슬라에 따르면 운전자와 자동주행 센서 양쪽 모두 트레일러의 하얀색 면을 인식하지 못했고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운전자의 책임일까 아니면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일까. 자율주행차 운행이 확산되면서 가장 머리가 복잡해진 쪽은 보험업계다. 당장 보험료 부담을 어느쪽에 둬야하는가를 두고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해보험 업계는 자율주행차 운행이 보편화될 경우 사업 규모나 구조, 시장구도 등에서 변화의 쓰나미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오는 2030년 41%에서 2035년 75%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율 떨어진다' 환호도 잠시…차보험 시장 '하향길' 전망
특히 자율주행차 확산에 따른 보험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운행 과실의 주체가 운전자에서 자동차 자체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보험이 담당했던 교통사고의 인적, 물적 손실에 대한 보장 역할의 상당 부분이 제조물배상책임보험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활용돼 기존 사람이 운전했던 것 보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재 보다 80~90%가량 사고발생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는 등 환영할 일이다. 이와 관련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운행이 확산되면 교통사고와 자동차대수 감소 등으로 손해율 측면에서는 분자부분인 손실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보험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전체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무과실책임 자동차보험' 등 신개념 보험상품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이 과실여부에 관계없이 인적손실에 대한 약관에 정해진 보상을 받고, 대신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에서 인정되는 소송권을 제한받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시장의 주도권이 기존 보험사에서 '구글' 같은 IT회사로 넘어가는 등 시장구도에도 변화의 물결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는 데이터 축적과 분석, 응용 등의 분야에서 이미 역량을 확보한 IT회사들도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이들이 다양한 빅데이터 등을 보험사업 부문에 활용해 신규 보험사업자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보험시장이 위협을 받으면서 보험사 간 무리한 가격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업계에 자율주행차 확산에 따른 다양한 변화와 파급영향이 예상된다"며 "보험사들은 이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언더라이팅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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