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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자살보험금 약속 지켜야" vs 업계 "대법 판단부터"


입력 2016.06.01 18:04 수정 2016.06.01 18:21        배근미 기자

시민단체 "약속 어기는 보험사 존재의무 없어...영업취소 등 중징계 필요"

대형3사 주도 하에 '대법 판단' 기대는 생보업계...당국 "원칙대로 제재"

1일 오전 생명보험사 업계 1위인 삼성생명 본사(태평로) 앞에서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데일리안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논란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대형3사를 비롯한 생보사들이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 의사를 표명하자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천명한 가운데 법조계와 시민단체까지 목소리를 내면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칼자루를 쥔 대법원 판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시민단체 "보험사, 영업취소 등 중징계도 불가피"
1일 오전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5개 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이어 금융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규칙 위반에 따른 퇴장의 의미에 해당하는 레드카드를 주겠다며 각 보험사들 이름 위에 레드카드를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데일리안

1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는 레드카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5개 단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금융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규칙 위반에 따른 퇴장의 의미에 해당하는 레드카드를 주겠다며 각 보험사들 이름 위에 레드카드를 붙인 것이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한 국내 생보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참여연대 소속 백주선 변호사는 "보험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약관대로 보험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고 그것이 사회적 약속이자 그 전제 하에서 보험사가 돈을 버는 것"이라며 "이런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 영리활동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 역시 "지금까지 생보사들의 입장은 시간을 끌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결국 소멸시효 논란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미 지난 2014년 당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소송을 선택하면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생보사들이 지금이라도 보험사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위반 보험사에 대한 영업정지와 영업취소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촉구했다.

대형3사 주도 하에 '대법 판단' 기대는 생보업계...당국 "원칙대로 제재"

금융감독원은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보험약관에 따라 당초 약속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대법원의 민사상 소멸시효 인정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여전히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시효와 무관하게 지급 결정을 했다가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이같은 결정을 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업무 상 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단 소멸시효와 관련해 한 번 지급결정을 해 버리고 나면 그에 뒤따르는 액수나 이에 대한 업계 내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분위기를 살피며 가는 수밖에 없다"며 "사실 소멸시효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주로 명문화된 증거를 바탕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소멸시효를 인정할 것이라는 업계 내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지급하겠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31일까지 각 보험사들을 상대로 요구한 자살보험금 지급계획 제출 요구에 대해 중소형 보험사 몇 곳을 제외한 대다수 생보사들이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같은 생보사들의 움직임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과 같은 대형3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이성재 보험준법검사국장은 "현재도 보험감독 검사를 나가면 보험금 뿐 아니라 지연이자를 적게 주는 경우가 현장에서 적발이 되는데 이 경우 역시 소멸시효와는 무관하게 전부 지급되고 있다"며 "보험사들의 논리라면 금액의 크고 적음에 따라 배임이 되고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모든 보험사들은 약관 준수 의무가 있고, 현재는 그것을 위반한 상황"이라며 "보험업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과징금이나 임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가 있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르지 않는 보험사들은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에 계류 중인 10여 건의 소멸시효 관련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소멸시효 관련 소송을 담당 중인 조정환 변호사는 "지난 5월 자살보험금 관련 대법원 판결 역시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이 이뤄진 케이스"라며 "이번 소멸시효 논란 또한 보험업계나 당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측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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