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정계복귀 시나리오는 결국...
첫걸음은 '새한국의 비전'? 국민의당과 관계도 확실히 정리?
첫걸음은 '새한국의 비전'?
국민의당과 관계도 확실히 정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대권출마를 시사하면서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덩달아 지난 18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손 전 고문 역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대표적 잠룡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첫 행보로 26일 창립식을 가진 정의화 국회의장의 '새한국의 비전'과의 연대 혹은 합류를 점치는 등 손 전 고문의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18일 지지자들과의 오찬에서 '새 판'을 언급하고 강연차 일본으로 떠났던 손 전 고문은 22일 귀국후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침묵'을 지켰다. '침묵'의 의미에 대해 정치권은 복귀에 대한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속도조절'이라고 해석했다.
'새한국의 비전' 정의화와 손학규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이 '발언'으로만 사실상의 정계복귀를 선언했을 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발언'으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후 직접적인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그 '행동'으로는 정 의장의 '새한국의 비전'과의 연대 혹은 합류가 가장 상수라는 전망이다.
'새한국의 비전'은 정 의장이 퇴임후 여야를 넘나드는 중도세력을 아우르겠다고 설립한 싱크탱크로 미래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준(峻)정치결사체 성격을 띄고 있다. 정 의장은 이사장을 맡았고 고문단은 박관용 전 의장,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최상용 고려대 교수 등이 맡았다. 자문위원에는 여야 전·현직 의원들 수십명이 이름을 올렸다.
손 전 고문이 '새한국의 비전'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 단체에 이름을 올린 정치권 인사들의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는 대선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결이 같은 정치세력이 필수인만큼 '새한국의 비전'이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마침 손학규계 현역 최다선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도 '새한국의 비전' 자문위원으로 돼있다.
'새한국의 비전'에는 지난 4·13 총선에서 친박계의 공천 '유탄'을 맞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은희·류성걸·조해진 의원 등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 최근 혁신위원장으로 낙점됐으나 추인이 무산된 김용태 의원, 아예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 등 여권내 비주류 인사, 김병준·최상용 교수 등 범야권 인사 등이 두루 포진해 '합리적인 중도'를 지향하며 여야의 입맛을 두루 만족시켜야하는 손 전 고문과 이해가 잘 맞는다.
특히 새누리당의 비박계는 물론 더민주의 친노·친문 등 여야를 막론하고 이른바 '패권주의'의 희생자들이 대거 모였다는 점도 친노 세력의 견제에 등떠밀려 정계를 떠난 손 전 고문과 결이 잘 맞는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2일 귀국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인 23일 '봉하마을에 방문하시냐는' 물음에 "제가 갈 형편은 아니다"고 말해 친노·친문세력과 거리감을 두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관계도 확실히 정리해야…
정당은 기본적으로 수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기반과 대선주자가 정당의 핵심 조건이다. 뒤집어 말하면 '새한국의 비전'과 손 전 고문은 서로에게 정치세력이 돼줄수는 있지만 여전히 지역기반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26일 창립기념식을 가진 '새한국의 비전'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 효과에는 의문부호를 표하는 것이 바로 이런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한국의 비전'과의 교감 이후 손 전 고문의 중요 해결과제가 '지역기반 다지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전통적인 보수지역인 영남, '반기문 대망론'으로 한창 달궈진 충청도, 한쪽에 몰아주지 않는 수도권보다는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 전 고문 본인도 진작부터 전남 강진에 기거하며 호남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만 최근 선거에서 호남을 석권하며 기세를 드높인 국민의당은 걸림돌이다. 특히 국민의당에는 일명 손학규계라고 불리는 김동철 ·최원식 의원과 김유정 전 의원을 비롯해 손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몸담고 있는 만큼 확실하게 관계정리를 해야한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손 전 고문의 관계에 대해 "알게모르게 총선 전부터 손 전 고문과는 함께하자는 제스쳐를 직·간접적으로 취해왔다"면서 "이 자체가 호남과 중도세력에서 손 전 고문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호남에서 깃발을 든다면 국민의당에서 그쪽으로 넘어갈 사람도 있다"고 손 전 고문의 호남 영향력을 평가했다.
아울러 국민의당과는 '중도'라는 노선의 중복도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과 정의화 의장의 '새한국의 비전'으로 빨라지기 시작한 '대선시계'는 째깍째깍 흘러가고,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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