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통령 기대 염두에 두겠다" 대권 적극 시사
관훈클럽 간담회서 "임기 후 어떤 일 해야하나 역할 생각해볼 것"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25일 자신이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10년 간 UN 사무총장을 했으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 때 (임기 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솔직히 말하면 내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 생각해 본 일이 없다"며 "그런데 자생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내 자신은 '개인적으로 인생을 헛되게 살지는 않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내가 이것을 그만 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는 아직 생각 안 했고 가족 간에도 이야기가 달라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변인이 매일 전 세계 뉴스를 갖다 줘 그것을 읽기도 바쁘다. 한국 문제에 대해 브리핑 받는 것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UN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 현재는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냐"며 "내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러분이 특별히 도와줬으면 고맙겠다. 선거 운동을 해주겠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수가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국제회의 등 각종 계기에 7번 만난 사실과 관련해 "내가 7번을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간 것"이라며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 "고위급 간에 대화 채널을 열고 있다"며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며 "언론의 비판을 보면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정부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제가 거의 명예 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 대학신문에 난 것을 카피해 보냈고, 학생도 아니고 펠로우(동료)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보고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게 없다"며 "내 흠집을 내는 건데 내 인격을 비춰서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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