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정치하는 첫 국회의장 정의화의 종착역은...
쏟아지는 정계개편 시나리오서 힘 받는 '동서연대론' '빅텐트론'
정치권 관계자 "정계은퇴 않고 세 규합? 멍석만 깔아주진 않을 것"
쏟아지는 정계개편 시나리오서 힘 받는 '동서연대론' '빅텐트론'
정치권 관계자 "정계은퇴 않고 세 규합? 멍석만 깔아주진 않을 것"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정치권에서 '새판짜기' 바람이 불고 있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새로운 정치가 출현해야 한다는 여론의 바람과 여권이든 야권이든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건 신당 창당에 준하는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는 뜻을 피력한 정의화 국회의장이다. 정 의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는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직접 대권 주자로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의장은 25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세력 '빅 텐트'를 만들겠다며 정개개편에 뛰어들 의지를 밝혔다. 그는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중심의 정치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고 퇴임 이후 포부를 드러냈다. '빅 텐트'는 포괄정당으로 특정 계급이나 이념에 한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정당을 말한다. 이러한 정당들은 주로 중도주의 정당으로 분류된다.
퇴임 후 현실정치에서 떠난 다른 의장들과 달리 정 의장은 '새 정치'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26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을 발족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클럽이나 정당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연구위원장으로 내정된 싱크탱크에는 PK 중심의 전현직 의원 20여명 등 상당수 인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정치결사체의 구체화에 대해선 "10월까지 고민해보겠다"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중도 세력 규합을 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정 의장발 '중도세력 빅텐트론'은 여야연합 혹은 영호남연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힘을 받고 있다.
그의 고향인 PK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내 비박계, 더불어민주당 비노계, 국민의당을 총망라하는 이른바 '신 3당 합당'이다. 정 의장은 2004년에 한나라당 지역화합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영호남 연합 행보를 보여왔다. 또 새누리당에서 정두언·정병국·조해진 의원이, 더민주에서 진영 의원,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의원 등이 싱크탱크의 발기인 겸 창립회원으로 동참했다. 이에 과거 김영삼(민주), 노태우(민정), 김종필(공화)의 3당 합당을 뛰어넘는 정치권 빅뱅론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정치세력 규합인만큼 구심점인 대권 주자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 본인이 대권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장의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은 본인이 대권주자로 나서는 것과 맥이 다르지 않다. 대개 의장직을 지낸 인사들은 정계 은퇴를 하는 데 반해 세(勢)를 모은다는 점에서 멍석만 깔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지불가만(志不可滿)'이란 사자성어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자기의 뜻을 다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부족하니까 그것을 뛰어넘어 채우려 하면 폐가망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며 "저는 여러가지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선주자급 영입으로 꼽히는 인물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앞서 손 전 고문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직후 지지자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는 새판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뜻을 여러분과 함게 나누고 다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장은 '손 전 고문과 뜻을 같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학규 선배가 우리 당에 있을 때 굉장히 가까웠다. 당을 달리 하는 바람에 거리가 좀 멀어졌다만 마음으로는 늘 훌륭한 선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이 꼭 하나의 당으로 묶어서 정치를 같이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개혁적 보수'를 내건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이름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