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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없이 부실만 쌓이는 해양플랜트 누가 떠안나


입력 2016.04.22 11:47 수정 2016.04.23 08:09        박영국 기자

<긴급진단 - 조선·해운 구조조정(상)>

한진해운만으로도 힘겨운 한진그룹, 현대상선까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위)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운항 모습.ⓒ현대중공업, 현대상선
조선·해운발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조선·해운 뿐만 아니라 철강업계까지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산업계는 뒤숭숭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구조조정은 시장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 “스케줄이 있고 스케줄대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정부가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 협상이 잘 안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이같은 조선·해운발 기업구조조정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다음주부터 본격화

부실기업 구조조정 논의는 다음 주 중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협의체에서는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대 불황업종 중에서도 극심한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 및 해운업 구조조정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가 지난해 8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조선업의 경우 대기업간 인수합병, 혹은 부실의 원인인 해양플랜트 부문 통합 구조조정 방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중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정상화 절차를 거쳐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운업종에서는 현대상선이 뜨거운 감자다. 채권단으로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얻어냈지만, 여전히 공모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했고, 부실의 최대 원인인 용선료 인하 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과의 자율협약도 깨져 채무 1조2000억원의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 유예도 취소되는 만큼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정부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를 거쳐 매각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 통폐합 강요, 공멸로 이어질수도

공급과잉 업종에서 기업간 통폐합은 공급과잉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업종 통폐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자동차 업종 통폐합이 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예로 언급된다.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로 흡수되고, 대우자동차는 GM에, 삼성자동차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매각되며 국내 자동차업체는 사실상 현대-기아자동차만 남았지만 시너지를 발휘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선·해운업종은 자동차와 다르다. 우선 이들 업종은 국가전략 및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으로의 매각은 불가능하다. 또한 자동차 업종 통폐합 당시 기아차를 인수했던 현대그룹과 같은, 부실기업을 무리 없이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갖춘 국내 기업도 없다.

조선업의 경우 ‘국내 빅3가 곧 글로벌 빅3일’ 정도로 규모가 커 한 업체가 다른 업체를 인수하기에는 막대한 부담이 따른다. 더구나 세계적인 조선업황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인수 후에도 계속해서 자금 부담이 쌓여가는 구조다.

해양플랜트 부문만 따로 떼어내 통폐합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동안 조선 빅3가 수조원씩 적자를 냈던 원흉이 플랜트인데, 3사의 해양플랜트 부문을 홀로 짊어지길 원하는 이가 있을 리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를 통폐합하겠다는 얘기는, 물리적으로 야드를 옮길 수는 없으니 결국 관련 인원을 통폐합하겠다는 건데, 저유가 지속으로 발주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3사 인원을 다 떠안으면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통폐합을 통해 한곳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식이 아니라, 빅3 중 2개사의 해양플랜트 기능을 소멸시키고 1개사만 남겨 공급과잉을 줄이는 식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운 통폐합은 더욱 어려운 얘기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후 매각 절차를 밟을 경우 현실적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한진해운과의 합병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정부 부처와 국책은행 등으로 구성된 구조조정 실무회의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우 한진해운의 모그룹인 한진그룹까지 흔들릴 수 있다. 가뜩이나 한진그룹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 인수를 전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한진해운에 직간접적으로 1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말 한진해운의 영구채 2200억원을 인수하는 등 65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부채 규모는 5조6000억원, 부채비율 847%로 여전히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진해운 때문에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깎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강등시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부실기업을 인수했다가는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M&A는 당장 자금 부담이 있더라도 향후 인수된 기업을 통해 투자금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가능한 건데, 지금 조선이나 해운 업종은 인수 비용은 둘째치고라도 인수 이후의 부담이 더 큰 상태”라며 “현 시점에서의 인위적인 통폐합은 같이 사는게 아니라 같이 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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