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소장파 부활론, 바짝 엎드린 남원정
소장파 등판론 커지는 가운데 원조 소장파들은 '신중'
전문가 "본인들이 더욱 부각될 타이밍 보고 있는 것"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놓고 계파 간 이견에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 소장파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과거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정병국 의원·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 중심이 된 쇄신 모임이 . 당내위기론에 남원정의 구원등판론도 제기되지만 이들은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의 사퇴 이후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추대되자 비박계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원외인사를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18일 원유철 비대위원장 퇴진 촉구 연판장을 돌리기로 결의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다음날(19일)에도 이들은 움직였다. 최근 구성된 '새누리당 혁신모임'(이하 혁신모임)의 간사 황영철 의원을 비롯해 김영우, 하태경, 오신환 의원은 19일 원 원내대표를 찾아가 △22일 소집된 전국위원회 취소 △당선자총회 즉각 소집 등을 요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당대표 직무대행 신분으로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집중해달라는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혁신모임에는 20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황영철·이학재·김세연·김영우 의원을 비롯해 재선에 성공한 박인숙·오신환·하태경 의원이 가세했다. 또한 18대 의원을 지냈다가 이번에 다시 당선된 주광덕 당선인도 함께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과거 혁신 모임에 참여한 바 있는 인물들이다.
하 의원은 19대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에서 간사를 맡으며 혁신을 외쳐왔던 인물이며 황 의원과 주 당선인은 18대 때 국회 초선 혁신 모임 '민본 21'에 몸 담은 경험이 있다. 총선 참패로 인한 당내 위기론이 불거지고 '쇄신', '혁신' 등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소장파 의원들이 자신의 입지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16대 국회 쇄신 이끈 미래연대, 19대 국회서 사라진 소장파
새누리당의 쇄신그룹은 전신인 한나라당 때부터 항상 존재했다.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6대 국회에서 '남원정'으로 대표되는 의원들이 쇄신을 위해 만든 '미래연대'부터 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1월 공식 창립식을 가진 미래연대는 16대 국회 개원 이후 원내 인사만 19명에 달했고 원외 지구당 위원장도 10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당 총재 1인의 보스 정당체제를 민주적 집단지도체제인 최고위원회를 도입하는 일에 앞장섰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던 미래연대는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패하면서 활력을 잃었고 2004년 17대 총선을 전후해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소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인물들(김영춘·김부겸·안영근·이부영·이우재)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17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수요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쇄신그룹이 부활하며 당청 간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남원정'이 그대로 가세한 가운데 김기현, 주호영, 박형준 의원 등이 나섰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대폭 뜯어고쳐야 하고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당시 대표와 충돌했다.
18대 국회에서는 '민본21'이 탄생해 MB 정부를 견제했다. 황영철, 김성식, 김성태, 김영우, 김세연, 권영진, 정태근, 주광덕, 김선동 의원 등이 핵심이 된 이들은 MB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쓴소리를 했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후퇴를 요구했다.
19대 들어서는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와 '경실모(경제민주화실천모임)'가 쇄신그룹의 명맥을 이으려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는 평가다. 아침소리 소속 한 의원은 비공식석상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활동이 강렬하지 못 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저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강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 일부 의원만이 청와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뿐 조직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정치연대 플러스(이하 정치연대)'라는 혁신 모임이 탄생했지만 참여하는 대다수가 20대 총선 출마 예정자였던터라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비판도 상당수 존재했다. 결국 정치연대는 19대 국회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아무런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자취를 감췄다.
다시 주목받는 '남원정'의 구원등판론, 당사자들 반응은 미지근
소장파 세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남원정' 역시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당내 대선 주자들이 대거 상처를 입으면서 여당 내 대선 주자가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원외에 있는 남 지사와 원 지사를 조기등판시켜 당을 수습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서다. 실제로 세 사람은 정가에서 공공연히 언젠가 대권에 도전할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원 지사는 지난 17대 대선 경선에 나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양 지사는 모두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 지사는 지난 18일 오전 집무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지금 국민들 민생이 어렵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며 조기등판론을 일축했다. 당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기 보다 좀 더 판세를 지켜보며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원 지사 측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원 지사 측 한 관계자는 "기존의 대선 판에 중대한 변화가 왔다고 본다. 인위적으로 누구를 불러오고 또 어떤 위치에 가져다놓고 하는 것으로 정리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원 지사는 제주의 변화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갖고 더 열심히 도정을 이끌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 측 역시 "정 의원이 언론에 대선 주자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당의 혁신이 우선"이라며 "신중해야 할 때"라고 두 지사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당에서는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정작 혁신 모임을 주도했던 이들은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보나 정치 공학적으로 보나 그들이 오를 타이밍이 안 맞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떠올라야 하는데 지금 그들의 조직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서 등판해봤자 득 될 게 없고 당사자들 기분도 안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대 총선 결과 원 지사의 측근 이기재 후보가 양천갑에서 낙선했고 남 지사의 경우도 당선자 중 자신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에 대해선 본인들 스스로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며 "그들은 지금 때를 보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 스스로 대선에 안 나간다고 한 적은 없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르면 '남원정'이 당을 구할 다크호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본인들이 부각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특히 원 지사의 측근 이기재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양천갑 선거에서 낙선했고 남 지사의 경우도 당선자 중 자신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 이 해석의 설득력을 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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