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녹색돌풍' 호남에 머물렀지만 위력은 '태풍'
호남은 물론 정당 투표도 더민주 뛰어넘어 제3당 자리매김
호남은 물론 정당 투표도 더민주 뛰어넘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매서운 '녹색돌풍'을 선보였다. 호남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일도양단 대결을 펼쳤던 국민의당은 호남 전체 28석 중 22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 된다. 국민의당이 호남 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의석수는 적지만 지역기반이 탄탄한 국민의당과 지역기반은 약하지만 의석수는 국민의당의 두 배가 넘는 더민주 간 야권 주도권 싸움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표가 시작된 후 가장 먼저 승리를 확정지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의 황주홍 후보를 선두로 호남에서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은 속속들이 승전보를 전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 전석 석권은 물론 전남 10석 중 7석, 상대적으로 경합지역이 많았던 전북조차도 10석 중 7석의 당선을 확실시하며 호남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녹색돌풍'은 호남에만 그치지 않고 교차투표의 경향을 강하게 보인 정당투표에서도 나타났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국민의당은 당초 비례대표 10석을 예상했고 정치권은 5~6석을 예상했다. 하지만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더민주보다 높은 12~14석으로 조사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정당 득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민의당의 이 같은 선전에 20대 국회의 정치지형은 크게 변동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지난 1996년 총선에서 충청도를 기반으로 50석을 획득했던 자민련 이후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부활하게 됐다. 특히나 거대 양당이 국민의당의 도움 없이는 과반을 넘기지 못하게 됨에 따라 국민의당이 제대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동안 제1야당이었던 더민주는 가장 큰 자산이었던 지역 지지기반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겼다. 더불어 '호남 적통'의 지위도 사실상 상실했다. 오히려 호남에서 대다수 의석을 자치한 국민의당이 호남의 적통 지위를 이어 받고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위를 이어 받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내년에 있을 대선까지 '녹색등'이 켜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호남에 극단적으로 편중된 지역구는 국민의당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권정당이자 대권을 노리는 정당으로서 국민의당에 호의적이었던 호남 뿐만 아니라 충청도, 강원도와 경상도 등 야권 열세지역에는 후보를 내지 않거나 큰 격차로 뒤진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오후 11시30분께 선거대책 상황실에서 "신생정당으로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총선소감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더민주가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의 근거로 주장했던 야권분열론에 대해 "우려했던 바와 같은 야권분열에 따른 야권의 패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호남 민심은 이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친노집단을 떠났다고 본다"며 "우리는 호남민심이 영원히 우리 곁에 있도록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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