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신성장동력으로 소재·소자 선택한 이유는
카메라모듈과 전장부품 이은 신사업 다각화 차원
LED부진도 영향...박종석 신임 사장 첫 시험대
LG이노텍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소재·소자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19일 스마트폰과 TV 등 IT기기의 핵심소자인 메탈 파워 인덕터와 2메탈 칩온필름 사업에 진출하는 등 소재·소자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3년 내에 소재·소자 신사업에서만 약 2000억원의 연 매출을 거둔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해 연말까지 신사업 육성에만 약 7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까지 내놓았다.
소재·소자는 무라타와 TDK 등 일본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면서 10~20% 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고수익 사업이다. 사업 준비와 연구개발(R&D) 기간만 10년 내외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3년 내 2000억원 매출은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그만큼 신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모듈과 전장부품에 이어 소재·소자 육성=LG이노텍은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확고히 입지를 확보한 카메라모듈과 신사업임에도 안정적으로 안착한 전장부품에 이어 다음 단계로 소재·소자사업 강화 카드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모듈이 주축인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1926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1435억원)도 4개 사업부문 중 가장 많다. 전장부품사업부도 모터·센서 등 20여 종의 제품들이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안착한 상황이다.
특히 소재·소자를 제 2의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해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하게 한 것은 현재 기판소재사업부의 상황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098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743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기판사업 매출은 6923억원으로 전년동기(6434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났지만 소재사업 매출은 4179억원을 전년동기(6342억원)에 비해 2000억원 이상 줄어든 상태다. 결국 신소재·소자 사업으로 소재사업 실적을 개선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최첨단 소재·부품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LED부진으로 신성장동력 모색 필요...박종석 사장 시험대=회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게 된 데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의 부진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10년 이후 LED사업에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ED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1072억원을 기록하며 4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기간 매출도 약 6066억원으로 전년동기(8295억원)에 비해 약 26.9% 감소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분기(2209억원)보다 2분기(1974억원)와 3분기(1887억원)가 좋지 않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이다.
신시장 창출로 기대를 모았던 조명용 LED도 TV 시장의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백라이트유닛(BLU) 부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966억원을 기록한 이후 2분기 951억원, 3분기 851억원으로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이다.
LED가 조명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적용범위를 넓혀 나가고는 있지만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LG이노텍이 차량용 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에 전장부품과 소재·소자를 양대 축으로 삼아 광학솔루션사업의 뒤를 잇는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소재·소자사업 확대는 지난해 연말 인사로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종석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실행되는 첫 신사업인 만큼 관심이 모아진다.
박 사장은 LG전자 DTV 연구소장(상무), LG전자 디스플레이제품연구소장(부사장),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 LG전자 최고기술자문역(CTA·사장) 등을 지내는 등 전기전자분야에서 풍부한 R&D 경험을 갖추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IT의 미래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과 전략적 마인드에 강한 실행력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이전부터 소재·소자사업 강화를 추진해 왔지만 박 사장 취임 이후 구체적인 내용이 최종 결정됐다”며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 의지로 소재·소자 사업 추진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