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대학가 '김일성 만세' 대자보 풍자한 '대항 대자보' 등장


입력 2015.12.16 17:56 수정 2015.12.16 17:56        하윤아 기자

한대포 "시대착오적 386이념에 매몰, 스스로 수구꼴통임 증명"

한국대학생포럼(회장 여명)이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 시가 적힌 대자보가 대학가에서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고, 16일 '대항 대자보'를 숙명여대 학내 게시판에 게시했다. ⓒ한국대학생포럼
지난달 말 경희대 학내 게시판에 '김일성 만세'라는 제목의 시가 적힌 대자보가 게시된 이후 타 대학에도 대자보가 줄을 잇자 한국대학생포럼(한대포)이 이 같은 대학가의 행태를 풍자하며 '대항 대자보'를 게시했다.

시 '김일성 만세'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으로, 1960년대 권위주의 정권 당시 언론과 정치의 자유가 실종된 점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나온 저항시다.

한대포는 16일 2015년 현재 이 같은 시가 대학가에서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며, 이 같은 상황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각색하고 이를 대자보에 담아 숙명여대 명신관 앞 게시판에 붙였다.

여명 한대포 회장이 각색한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 너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김정은 왕조 대신에 김정은 왕조의 음탕 대신에
3000원짜리 햄버거가 패티가 얇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맥도날드 동생 뻘 같은 알바생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북한이탈주민을 위해서
북송 반대를 요구하고 종북을 종북이라 부르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두드리며
애먼 대통령만 증오하고 있는가


한대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수영 시인을 비난할 마음은 1원 반 푼어치도 없다. 그저 이 시를 자보로 써 붙인 분들에게 학도로서의 자격에 대해 묻고 싶다"며 "그분들이 정말로 지금, 여기 2015년의 대한민국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인식하는 시대착오적 386 이념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라면 스스로가 수구 꼴통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보수나 우파라고 하면 친일·기득권 프레임을 씌우는 분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으며, 그분들만의 사이비 정의와 평등 뒤에서 진짜 약자들은 피눈물 흘리고 있다"며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마땅히 분개해야 할 대상은 철지난 이념에 속아 '무언가 거악을 상징하는 것만 같은' 국가가 아니라 노동시장개혁 입법이든 경제활성화 입법이든 내팽개친 채 본인들 선거구 획정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국회"라고 일갈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