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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 한상균 사이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15.12.10 11:32 수정 2015.12.10 11:33        목용재 기자

오전엔 기획실장 '경고' 오후엔 총무원장 '중재'

내부 퇴거 요구 목소리 커지자 한상균도 '감지'

조계사에서 은신해 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경찰에 자진 출두하기 앞서 조합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5일간의 조계사 경내 도피행각을 멈추고 경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전날 조계사의 공식 입장이 오전 오후가 엇갈린 이유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일감 기획실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한 개인을 강제구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 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만일 경찰병력이 조계사로 투입된다면 그로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정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한 위원장 체포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5시 자승 총무원장이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이 거취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사실상 한 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불교계에 따르면 그동안 한 위원장의 조계사 도피행각을 둘러싸고 조계종 내부에서 퇴거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몸을 의탁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한 위원장의 신변을 보호해줘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조계종 내부에서 많은 의견이 오고갔다. 특히 한 위원장이 민주화운동 시절처럼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탄압받는 인사도 아닌데 굳이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오전 일감 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의 기자회견과 오후 경찰 병력이 한 위원장의 거처에 진입하기 직전 열린 자승 총무원장의 기자회견의 기조가 반전된 것은 조계종에 대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여론, 불교 신도들의 반발, 정부의 강한 체포 의지, 한 위원장을 보호할 만한 명분 상실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복수의 불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숨어들어간 순간부터 조계종 내부의 반응이 싸늘했다. 화쟁위원회만이 한 위원장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가 한 위원장에 대한 강한 체포 의지를 밝히면서 일부에서는 관음사 내부로 들어오는 사복 경찰은 눈감아 주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경찰의 한 위원장 체포 과정을 막아서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조계종 차원에서는 처음부터 한 위원장이 들어오는 것이 불편했고 이 때문에 내분이 심화됐다"면서 "조계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자승 스님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도 9일 한 일간지를 통해 "폭풍전야, 진퇴양난"이라며 한 위원장을 둘러싼 난감한 입장을 표출하기도 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의 면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한 위원장도 자신을 퇴거시키려는 조계종 내부 여론을 감지하고 지난 7일 조계종을 비난하는 내용을 올렸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도법 화쟁위원장이 한 위원장을 강제퇴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무마시키고 지난 8일 사실상 한 위원장을 강제퇴거 시키지 않는다 입장을 확정하면서 한 위원장은 비난 내용의 SNS를 삭제했다. 이어 조계종을 두둔하는 내용을 올리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교의 총본산 조계사에 인신을 의탁한지 22일이 됐다.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신도회 고위급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면서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유폐 시키고 있다. 그 전술은 자본과 권력의 수법과 다르지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종교의 현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본질을 외면함을 일상으로 보노라니 씁쓸하다"면서 "객으로 한편으론 죄송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9일부터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며 이후 한 위원장은 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화쟁위 입장 잘 봤다. 많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꽃을 든 스님들의 제안을 모두가 받아들인 결과"라며 조계종 측에 대한 불편했던 입장을 선회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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