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그만두는 안철수, 끝을 본 적이 없다
시장 후보 사퇴-대통령 후보 사퇴-신당 창당 포기
'사퇴' '탈당' 중도하차 되풀이 "언제나 남탓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또 중도하차를 선언할 조짐이다. 문재인 대표로부터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거절당하자, ‘강한 안철수’가 되겠다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7일부턴 외부와 접촉을 끊고 지방 칩거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손학규 전 상임고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만나며 탈당을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안 전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지자회견을 열고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했다. 단 한 차례도 분열의 길을 걸은 적이 없다”며 “2011년 한나라당의 확장을 반대했기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고,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후보직도 양보했으며, 2014년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통합하여 지방선거를 돌파해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비판하고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내가 감당할 몫이라고 인내하며 내 길을 걸어왔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나. 국민의 삶이 바뀌었나. 아니면 정치가 바뀌었나. 야당이 바뀌었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달라.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하지 않고,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선거 당시 후보 사퇴와 통합 신당 창당 과정을 ‘양보’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이번에는 문 대표가 ‘양보’하고 혁신 전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서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고려하겠다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미 안 전 대표의 제의를 거부했던 문 대표가 이제 와서 전대를 다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문 대표 측 관계자 역시 “대표가 이제 더 이상은 물러날 수 없다는 게 확고하기 때문에 지난번 안철수 측의 제안을 ‘안되는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라며 “다시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탈당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도 라디오 인터뷰나 비공식적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이같은 처신은 지난 2012년의 ‘대선후보 사퇴’ 당시에도 반복됐다. 당시 안 전 대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등에 업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가 실패할 위기에 처하자 11월 22일 박선숙 당시 공동선대본부장을 통해 단일화에 대한 ‘마지막 제안’을 발표했다. 이어 해당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음날 돌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야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대선캠프 측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어제 안철수의 기자회견은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때와 아주 똑같다”며 “자기가 불리해지는 국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제안을 하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아예 사퇴나 탈당처럼 완전히 손을 떼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문-안 관계를 최악의 상황까지 끌고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도권 지역 한 재선 의원은 “정치에서 서로 간의 의견 충돌이나 불신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안 의원이 그럴 때마다 ‘사퇴’나 ‘탈당 언급’ 등 극단적인 최후통첩을 날린다는 것”이라며 “맘에 안들면 완전히 끝내버릴 거란 식의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게다가 당대표까지 했던 사람이 남의 탓하면서 탈당 운운하는 것자체가 무책임하고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꾸 ‘양보’라고 스스로 말하는데, 양보가 아니라 스스로 깜냥이 안되니까 합치려다 실패한 거다. 또 신당 창당 역시 독자세력으로는 도저히 안되니까 자기가 결단하고 결정한 건데 왜 양보한 모양새로 끌고가나”라며 “툭하면 ‘안한다’고 발 빼버리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책임감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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