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주주친화정책 본격화...총 11조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규모 매입 및 소각...주주가치 제고 차원
향후 3년간 순현금수지 30~50% 주주환원에 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주친화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29일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1년간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우선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000억원으로 결의하고 오는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매입한 주식을 소각하면 향후 주당 배당금의 증가 효과가 더욱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주주친화 정책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올 여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분쟁을 겪으며 주주가치 환원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의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회사의 가치를 올리면서도 주주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주주친화정책을 펼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주주친화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도 엿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많은 이익을 내도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주력하면서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정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이번 조치로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 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미래성장을 위한 기술 리더십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시설투자와 120억달러 이상의 R&D 투자를 집행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와 회사의 가치제고를 위한 현금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사업성장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이 날 향후 3년간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연간 발생하는 순현금수지(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영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 중 투자분을 제외하고 남는 재원 중 최대 절반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3년간은 배당에 중점을 두고 주주환원을 진행하되 잔여재원 발생 시에는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컨퍼런스콜에서도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 의지가 뚜렷히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주안점이 현금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기존 자사주를 소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배당을 우선시하는 정책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보유한 자사주 소각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소각 계획은 없다"며 "보유한 현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기존 자사주 소각과는 다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우선적으로 배당을 하고 남은 재원을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전략을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여러 제도 상의 문제로 자사주를 한번에 매입하기 어려워 3~4회로 나눠 실행할 계획으로 정확한 횟수는 주가의 상승폭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의 경우, 내년 1월 이사회 결의 후 발표될 예정으로 내년부터 분기배당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