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박 대통령 우산 아닌 집무실의 오바마다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공항서도 백악관에사도 의전장만 달랑
지난 14일 새벽(한국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공항영접은 피터 셀프리지 미국 의전장이 맡았었는데, 그때 박 대통령이 곁에 동행한 의전장에게 우산을 함께 나누지 않고 혼자만 쓰고 걸어 나온 것을 두고 무매너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논란은 이번에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행한 여성들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함께 걸어가는 사진과 비교하며 가십거리로 다시 등장하였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산으로 보는 각국 지도자의 품격
하지만 이 논란은 먼저 비교 대상에서 초점이 빗나갔다.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이고 박 대통령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신사가 숙녀를 캐어하는 것은 당연한 젠틀맨십. 시진핑 주석 뒤에 따라오는 펑리위안 여사에게는 수행원이 우산을 받쳐 들고 있다. 따라서 여성인 박 대통령이 의전장을 캐어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매너라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박 대통령에게 있기는 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박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점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우산을 받치지 않고 내려왔다면 당연히 의전장이나 다른 수행원이 곁에서 큰 우산을 받쳐 들고 캐어를 했을 것이니 말이다. 아무렴 사흘이 멀다 하고 외국 정상급 귀빈을 맞이하는 미국 의전장이 그만한 준비와 센스가 없을 리 없겠다.
기실 이번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평소에도 혼자 우산을 쓴다. 다른 남성의 근접을 허락하지 않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 때문인지 아니면 미혼 독신 여성으로서 남성의 근접을 기피해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회의석상이든 이동 중이든 수행원들이 멀찍이 떨어져 동행하는 사진이 유독 많다.
의전장만 나온 공항 국빈 방문이 아니라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공항에는 박 대통령을 환영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거물급 인사도 없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무리도 없었다. 진짜 문제는 박 대통령의 우산 매너가 아니고 박 대통령을 맞는 백악관의 태도이다. 공항에는 고작 의전장만 달랑 나왔다. 그야 국빈방문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자.
한데 이틀 후 백악관 현관에서 맞이한 이도 역시 의전장이었다. 집주인인 버락 오바마는 물론 미셸 오바마도, 부통령도, 국무장관도 나와 보지 않았다. 박 대통령 혼자 방명록에 사인하고 오바마 대통령 집무실 문을 두드리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한데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위해 핵심기술을 이전해 달라고 미 국방부에까지 찾아가 오버액션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아무리 떼를 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겠지만, 혹 미국인들이 속으로 ‘우릴 바보로 아나?’ ‘무슨 염치로?’ ‘그 기술 얻어다 중국에 갖다 바치려고?’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낭만적인, 심하게 말하자면 철없는 한국인들은 ‘지난 날 미국이 해방시켜 주었으니 이번엔 중국이 통일시켜 줄 차례’라는 듯 통일대박, 유라시아 벌판을 종횡무진하는 꿈을 꾸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각국 대통령을 맞는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다가올 사태(?)를 짐작하고 그 나라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규모를 조정한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회복이 여간 쉽지 않다. 지난 날 “노(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던 일본이 20년 동안 허우적대다가 이제 겨우 미국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젠 우리 차례인가? 확인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산꼭대기에 이미 서리가 내렸건만 산 아래에선 배짱이 두 마리가 그늘 좋은 가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