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특사 뒤집힐라'…SK·한화 '노심초사'
최태원·김승연 회장 특별사면 대상자 초안 포함 소식에도 '초조'
'땅콩회항',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돌발변수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그룹과 한화그룹은 기대감 속에서도 행여 돌발변수로 인해 기업인 특사가 무산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경영권분쟁 사태로 인해 자칫 불통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초긴장 상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최근 마련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초안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를 비롯,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LIG넥스원 구본상 전 부회장 등 기업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초안은 10일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법무부 안으로 확정된 뒤 청와대로 보내지고, 청와대 논의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 부재로 사업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SK그룹이나,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중인 관계로 공식적인 경영 참여가 제한됐던 한화그룹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해당 기업들은 ‘환호’ 보다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오히려 확정되기도 전에 기업인 특사가 언급되며 (최태원 회장 사면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오너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겪고 있는 만큼 최태원 회장의 복귀가 어느 기업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주력 사업인 정보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단통법 시행과 저유가 기조로 실적 악화와 성장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돌파구가 될 만한 신사업 진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셔왔다.
SK네트웍스는 올 초 렌터가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밀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며 사실상 성장 동력을 잃었다.
앞서 2013년에는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SK E&S는 STX에너지(현 GS E&R)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도 SK에너지의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든든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한 이후 굵직한 M&A나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사례가 전무하다. 공교롭게도 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 수감(2013년 1월) 전 이뤄진 일이고, 그 이후의 잇단 실패는 최 회장의 수감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한화 역시 김승연 회장이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지만,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사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의 경영 전반을 챙긴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라 직접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또 해외출장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어 그룹의 해외 사업 점검이나 해외 인맥 관리 등에도 지장이 크다.
이처럼 오너의 존재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SK와 한화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그동안 특사나 가석방이 언급될 때마다 돌발변수로 인해 번번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무총리)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을 선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여권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이 이뤄지며 연말 성탄절 특사에 기업인들을 포함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그 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가 터지면서 반재벌 분위기가 고조됐고, 성탄절 특사는 무산됐다.
이어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곧이어 있을 가석방 대상에 기업인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땅콩회항’발 반재벌 정서는 이때까지도 진행형이었고, 기업인 가석방은 없었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도 기업인 특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함께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나 사면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인 특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땅콩회항’, ‘성완종 리스트’에 이은 ‘기업인 특사 저지 이슈’로 부각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제시대 직후에나 볼 수 있을 만한 골동품 같은 케이스로, 국내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려야 찾을 수도 없다”면서 “롯데 사태 때문에 다른 기업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고, 기업인 특사에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