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씨디알'이 'CD-R'? 국책연구원의 '내멋대로' 표기
탈북자들 "알은 동그래서 붙인 말, 롬이 아닌데..."
북한과 통일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통일연구원이 매년 펴내는 ‘북한인권백서’가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편의상 '한국식'으로 표기하면서도 이와 관련 설명을 해놓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즐겨보는 ‘씨디알’을 ‘CD-R’로 편의상 표기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북한 주민 혹은 탈북자들은 CD나 DVD, CD-R 등을 통칭 ‘CD알’, ‘CD알판’, ‘알판’ 등으로 부른다. CD·DVD의 형태가 원형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알’이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에서 ‘CD’라는 단어는 2008년도 판부터 등장하기 시작, 2010년에는 ‘CD-R’이 추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2010년 백서에서는 CD와 관련된 기술 부분에서 대부분 ‘CD’라는 표기를 하고 있지만 2011년 백서에서는 ‘CD’와 ‘CD-R’이 혼용됐다. 이후 2012년부터 출간된 백서의 CD와 관련된 모든 기술은 ‘CD-R’로 통일됐다.
특히 통일연구원의 백서들은 CD와 관련된 탈북자들의 증언 내용을 “북한이탈주민 OOO은 CD-R을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보통 외물을 미국 돈 300~400달러나 아니면 북한돈 100~200만원을 주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경우 CD-R을 보다가 단속된 경우 뇌물로 처벌면제가 가능”, “함경북도 장마당에서 CD-R 장사를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함” 등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탈북자들이 인권백서를 볼 경우 오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회령 출신의 한 탈북자는 본보에 “우리는 북한에서 CD를 ‘씨디알’이라고 쓴다. 동그란 모양이기 때문에 ‘알’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CD-R’이라는 용어가 저장이 가능한 CD라는 말은 한국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백서 집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북한 주민들은 ‘알’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를 우리는 CD롬이라고 한다. 같은 용어를 남과 북이 다르게 지칭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탈북자들이 ‘씨디알’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탈북자들의 용어를 우리식인 CD-R로 표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말하는 ‘씨디알’은 ‘닭알’ 할 때 하는 ‘알’이 맞는데, 우리가 이를 편의상 ‘CD-R’로 표기한 것”이라면서 “‘씨디알’과 ‘CD-R’은 표기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팀장은 “북한 사람들의 표현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 많아, NKDB에서 펴내고 있는 북한인권백서는 탈북자들의 말을 그대로를 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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