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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씨디알'이 'CD-R'? 국책연구원의 '내멋대로' 표기


입력 2015.07.11 09:55 수정 2015.07.11 09:55        목용재 기자

탈북자들 "알은 동그래서 붙인 말, 롬이 아닌데..."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2010~2015)에는 북한 주민들이 즐겨보는 '씨디알'을 'CD-R'로 표기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과 통일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통일연구원이 매년 펴내는 ‘북한인권백서’가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편의상 '한국식'으로 표기하면서도 이와 관련 설명을 해놓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즐겨보는 ‘씨디알’을 ‘CD-R’로 편의상 표기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북한 주민 혹은 탈북자들은 CD나 DVD, CD-R 등을 통칭 ‘CD알’, ‘CD알판’, ‘알판’ 등으로 부른다. CD·DVD의 형태가 원형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알’이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에서 ‘CD’라는 단어는 2008년도 판부터 등장하기 시작, 2010년에는 ‘CD-R’이 추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2010년 백서에서는 CD와 관련된 기술 부분에서 대부분 ‘CD’라는 표기를 하고 있지만 2011년 백서에서는 ‘CD’와 ‘CD-R’이 혼용됐다. 이후 2012년부터 출간된 백서의 CD와 관련된 모든 기술은 ‘CD-R’로 통일됐다.

특히 통일연구원의 백서들은 CD와 관련된 탈북자들의 증언 내용을 “북한이탈주민 OOO은 CD-R을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보통 외물을 미국 돈 300~400달러나 아니면 북한돈 100~200만원을 주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경우 CD-R을 보다가 단속된 경우 뇌물로 처벌면제가 가능”, “함경북도 장마당에서 CD-R 장사를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함” 등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탈북자들이 인권백서를 볼 경우 오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회령 출신의 한 탈북자는 본보에 “우리는 북한에서 CD를 ‘씨디알’이라고 쓴다. 동그란 모양이기 때문에 ‘알’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CD-R’이라는 용어가 저장이 가능한 CD라는 말은 한국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백서 집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북한 주민들은 ‘알’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를 우리는 CD롬이라고 한다. 같은 용어를 남과 북이 다르게 지칭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탈북자들이 ‘씨디알’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탈북자들의 용어를 우리식인 CD-R로 표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말하는 ‘씨디알’은 ‘닭알’ 할 때 하는 ‘알’이 맞는데, 우리가 이를 편의상 ‘CD-R’로 표기한 것”이라면서 “‘씨디알’과 ‘CD-R’은 표기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팀장은 “북한 사람들의 표현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 많아, NKDB에서 펴내고 있는 북한인권백서는 탈북자들의 말을 그대로를 싣고 있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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