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사랑 그 처절함과 씁쓸함에 대하여…전도연의 '무뢰한'


입력 2015.05.17 09:31 수정 2015.05.17 11:12        부수정 기자

'집으로 가는 길'(2013)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복귀

김남길과 호흡…'킬리만자로' 오승욱 감독 연출·각본

배우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영화 '무뢰한'이 27일 개봉한다. ⓒ CGV 아트하우스

"이 바닥 10년 만에 빚이 5억이야."

혜경(전도연)의 하루는 고단하다. 한때 잘나가던 텐프로였지만 이젠 변두리 단란주점에서 손님 상대하랴, 빚 갚으러 다니랴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이사장의 '세컨드'로 지내다가 눈이 맞은 남자친구 준길(박성웅)은 자신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후 선금을 받고 도주해버린다.

혜경이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준길과 다시 만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빚더미에 올라 이 바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혜경에겐 이루지 못할 꿈이다. 살인 용의자인 준길은 쫓기는 신세다. 가끔 찾는 혜경에겐 기약 없는 약속만 일삼는다. "돈 좀 마련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의지할 곳 하나 없는 혜경 앞에 새 영업부장 이영준이 나타난다. 영준의 진짜 이름은 정재곤(김남길).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에게 일부러 접근한 형사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일 중독자로 따뜻한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혜경에게 영준은 거짓말쟁이다. 도통 정체를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옆에 있으니 자꾸 신경 쓰인다. 영준 역시 마찬가지다. 밑바닥 인생을 사느라 세상과 벽을 쌓고 상처투성이가 된 혜경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다. 목적은 이게 아닌데. 서로에게 스며든 위험한 사랑. 거칠고 투박한 '무뢰한'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하드보일드 멜로를 표방하는 '무뢰한'은 형사와 살인 용의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킬리만자로'(2000)를의 오승욱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오 감독은 "혜경과 재곤을 통해 사랑의 민얼굴을 표현했다"며 "'무뢰한'이 가진 감정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우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영화 '무뢰한'이 27일 개봉한다. ⓒ 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혜경과 재곤의 감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묘한 감정선을 유지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연민과 사랑이 뒤섞인 감정은 극 후반부에 강렬하게 표출된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이 보여준 베드신은 슬프고 쓸쓸하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살인자의 여자이자 사랑을 꿈꾸는 여자 김혜경으로 분했다. 전도연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말이 필요 없다. '상처 위에 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또 더러운 기억을 얹고 사는 거지', '도망쳐서 보통 사람처럼 살 거예요' 등 대사에선 '연기하는 전도연이 아닌 진짜 김혜경'이다.

전도연은 "김혜경은 겉으로 센 여자 같지만 마음속에 깨질 듯한 유리를 품은 여린 여자다. 사랑과 희망을 꿈꾸는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도연의 말마따나 김혜경은 불쌍하리만큼 사랑받고 싶은 여자로 비친다. 다른 어떤 배우도 대체할 수 없는 전도연 덕분이다.

주로 어두운 캐릭터를 맡아온 김남길은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선보였다. 이전 작품에선 눈에 힘을 주고 연기를 했다면 '무뢰한'에선 비교적 힘을 뺐다. 형사의 신분으로 하면 안 되는 사랑에 어쩔 수 없이 끌리고 갈등하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혜경에게 "나랑 같이 살면 안 될까?"라고 묻는 모습에선 여성 관객들의 마음이 설렐 듯하다.

결말은 꽤 씁쓸하고 처절하다.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무너진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오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는 13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5월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8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