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범 돈주머니 '미수선수리비'를 아시나요?
보험사, 외제차 사고시 보험금 지급규모 줄이고자 미수선수리비 선호
차사고 후 미수선수리비 처리하면 수리 강제할 근거 없어
차사고 이후 당장 수리를 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현금으로 주는 '미수선수리비'가 보험사기의 창구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람보르기니 추돌사고가 미수선수리비를 노린 보험사기로 의심되면서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SM7이 람보르기니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사고현장을 목격한 네티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사실을 올리면서 사건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부 네티즌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언급하며 람보르기니 차주의 선처를 기대한다는 글을 써 관심을 더 키웠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와 SM7이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낸 사고라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반전을 맞았다. 더구나 외제차를 활용한 미수선수리비 사기로 의심된다는 전문가의 말이 더해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미수선수리비는 당장 차를 수리하지 않아도 피해를 본 만큼 보험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는 이를 통해 합의기간을 단축해 피해액을 줄일 수 있다. 차주도 당장 수리를 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미수선수리비가 외제차를 만나면 범죄에 쉽게 악용된다는 점이다.
외제차는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리비나 부품 값이 투명하지 못하다. 또 단종모델일 경우 수리기간이 상당히 길어진다.
보험사는 수리기간 장기화로 렌트비와 같은 추가되는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하고자 한다. 또 사기로 의심되더라도 확실하지 않다면 되도록 미수선수리비를 통해 보상을 마무리한다.
보험사기범은 외제차를 타다 발생한 사고라는 사실만으로 보험사를 압박할 수 있다.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자 만든 제도가 오히려 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손보사가 연간 미수선 수리비로 지급한 보험금은 지난 2010년 6936억원, 2011년 7226억원, 2012년 8373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외제차는 수리기간이 길어 미수선수리비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율이 국산차보다 높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대개 미수선수리비는 실제 수리비의 80% 수준"며 "특히 외제차가 피해자인 경우 미수선수리비로 처리하면 렌트비 등 추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도 미수선수리비가 보험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감독당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보험금 지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선뜻 제도에 칼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수선수리비가 가진 양날의 칼이다.
이에 미수선수리비로 보험금을 받더라도 일정기간 안에 차를 수리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리비 명목으로 미수선수리비를 받더라도 차를 고치는 것은 차주의 마음"이라며 "보험금 편취 목적으로 미수선수리비를 받았더라도 보험금 지급 이후 보험사가 수리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를 강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찌 됐건 보험금은 차를 수리하라는 목적에서 준 것"이라며 "미수선수리비로 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실제 수리를 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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