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사 수장 “권 여사 ‘논두렁’ 발언은 국정원이 만들어 낸 것” 폭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것은 국가정보원이라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전 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명품시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이어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 부장에 따르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이 전 부장은 애초 논두렁 이야기는 나온 적 없으며 따라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이 같은 ‘언론플레이’ 장본인으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을 지목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편파적인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해 최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한편 언론에 논두렁 이야기가 보도된 지 열흘 만인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목숨을 끊었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의 수사와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