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법대로 하자"…소비자에 '칼 겨눠'
금소연, 연말까지 자살보험금 피해자 원고단 모집
금융당국 "생보사, 엇갈린 판례 언급하는 것 적절치 않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입장에도 보험사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법정싸움으로 장기전을 준비하며 금융소비자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사실상 소송이 불가피해지면서 법적 지식이 부족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관계 당국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연말까지 자살보험금 피해자의 힘을 모으기 위해 공동소송에 참여할 원고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에 2005년 2월 이후 발생한 자살사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이번 공동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이기욱 금소연 보험국장은 "생보사들이 약관대로 당연히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법상 (보험금청구권) 청구권과 내년 1월 소장이 접수되는 시점 등을 고려해 2005년 2월 이후 사고가 발생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원고단을 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아울러 "ING생명이 금융당국에 낸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은 걸릴 것"이라며 "목소리조차 못 내고 청구권이 소멸할 수 있어 먼저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앞서 ING생명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지난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ING생명은 상반된 판례를 근거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일찌감치 소송전을 예고했다.
다른 생보사도 ING생명과 비슷한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자살보험금 민원 관련 생보사는 채무부존재소송을 꺼내 들었다.
자살보험금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말한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정도 많다. 생보사 대부분 지난 2010년 개정 이전 약관에 '보험가입 2년 후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생보사는 과거 약관은 '표기상 오류'라며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자살을 재해로 볼 경우 보험이 오히려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맞섰다.
생보사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자살을 재해로 보지 않는다"며 "금융당국이 판례를 근거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지만,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보험이 자살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은 개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표기상 오류'로 작성된 약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닌 소송으로 따져보는 게 당연"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미지급 자살보험금만 2179억원에 이른다. 생보사는 겉으로 "보험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며 면책을 주장하지만, 금전적인 피해가 소송까지 불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이 같은 주장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면서 "이미 제재가 이뤄졌을 당시 판례 검토를 끝냈다. 보험사가 엇갈린 판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강력한 법적 대응능력을 필두로 소송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행정소송 기간에 보험금청구권 시효가 끝나 보험금을 못 받는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먼저 소송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 당국의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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