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한국축구? 여전히 어깨 펼 자격 있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전무후무 4강 ‘빛나는 역사’
박지성·차범근 빛나는 발자취..외국인 지도자도 애착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분명히 실패했다.
외신의 평가처럼 ‘올림픽 세대’에 대한 과신이 역효과를 냈다. 게다가 절실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를 깎아내리는데 열을 올릴 필요는 없다. 여전히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게 한국 축구다.
한국은 1986년부터 2014년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또 2002 한일 월드컵 4강,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축구의 수준이 일정단계에 도달했음을 말해준다. 단지 과도기를 겪을 뿐이다.
‘제2의 거스 히딩크’ 같은 길라잡이만 등장한다면 2보 이상 전진이 가능하다. 다행히 14년 전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이용수 교수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돼 희망을 품게 한다.
‘정(情)’으로 대변되는 한국은 거스 히딩크라는 세계적인 명장을 얻었다. 히딩크 감독은 매년 한국을 찾는다.
지난 25일 K리그 올스타전에서도 ‘팀 박지성’의 일일 감독으로 부임해 선수들을 지휘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세심한 조언을 했다. “강단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소집기간을 늘려 한국축구의 장점(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박지성 성공 신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태극 전사들이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박지성의 열정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박지성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언성 히어로’로 빚은 감독이 퍼거슨 이전에 히딩크다. 박지성이 (히딩크가 지휘한) 아인트호벤 시절의 시련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딩크가 박지성, 더 나아가 한국축구의 잠재력을 극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한국 프로축구(K리그)는 ‘잡초 근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열악한 환경(방송중계 외면 등)에 처했지만, 경기력 하나로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AFC 주최 클럽 대항전(70점)과 국가대표팀 성적(30점)을 종합한 결과, 한국이 95.212점을 받아 아시아 정상에 등극했다”고 전했다. 자칭 탈 아시아를 부르짖은 일본은 78.655점으로 아시아에서도 4위에 머물렀다.
한국 K리그는 5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팀(2009 포항, 2010 성남, 2011 전북, 2012 울산, 2013 서울)을 배출했다.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증거다. 더 나은 환경(인프라)에서 세계적인 지도자, 빅클럽 출신 용병들과 함께 뛰는 중국, 일본, 사우디 등을 모두 제쳤다.
한국축구는 유럽리그 성공신화 1세대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이다. 차범근은 독일에서 유명인사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24년 만에 우승 시킨 뢰브 감독과 절친 사이다. 바쁜 월드컵 기간 중 뢰브 감독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눌 정도다.
차범근이 대한축구협회 중요 자리에 앉는다면 한국과 독일의 평가전도 손쉽게 추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K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자매결연도 기대해봄직하다.
차범근 뒤를 이은 박지성은 유럽성공신화 ‘2세대’다. 특히 네덜란드와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축구영웅’ 필립 코쿠, 반니스텔루이, 반데사르 등과 매우 친하다. 또 맨유 차기 주장으로 거론된 웨인 루니, 레알 마드리드 아이콘으로 성장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난 시즌 유벤투스 최다승점(102점) 우승 주역 카를로스 테베즈(19골), 프랑스 역대 최고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 등과 맨유 시절 속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그리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 받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 박지성 곁을 지키고 있다.
퍼거슨 경은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대 자필 편지를 통해 “‘시한부 무릎’이 걱정돼 꾸준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맨유 임원과 동료들 모두 널 그리워한다. 넌 내가 가르친 선수 중 가장 ‘프로페셔널’ 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성공을 빈다. 축구와 관련돼 고민거리가 있으면 전화해라. 돕겠다”고 적었다.
한국은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복귀한 ‘거물’ 히딩크 감독뿐만이 아니라 ‘터키 영웅’ 귀네슈 감독도 얻었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FC서울을 이끌었다. 그는 2009년 11월 26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벌금을 물었는데 서울 서포터가 박스에 돈 ‘수백만 원’을 담아 보냈다”고 감동했다. 이어 귀네슈 감독은 "터키인과 한국인은 정서가 비슷하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직설적이며 정이 넘친다"며 "서울은 제2의 고향, 나는 한국대표팀 영원한 서포터다. 한국축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사무적인 관계’가 짙은 일본만 보더라도 필립 트루시에, 코임브라 지코, 알베르토 자케로니 등이 장시간 일본을 지도했지만, 그들은 홀연히 떠났다. 누구도 “I'll be back”을 외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情)문화’에 취한 거스 히딩크와 세뇰 귀네슈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외쳤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감독을 맡은 상황에서 귀네슈가 한국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세계적인 축구 지도자가 곁에 있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한국축구, 내일은 밝다. 비록 브라질 월드컵에선 실패했지만 런던올림픽 세대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자만을 버리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정책의 산물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이강인 등도 스페인 클럽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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