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심정 이해는 되나 기소권 요구는...
법조계 "특검외 또 수사 요구 2중 3중 특검"
"'기소권' 추가는 헌법 취지 안맞아" 지적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정치권에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를 헌법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절박한 가족위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특별법 제정에 별도의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하기 보다는 강력한 특검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가족위는 여야의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법에 대해 “무늬만 특별법”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강력한 법안을 요구, 14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국회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태스크포스)’ 여야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간사 협의를 열어 머리를 맞댔지만 양측 의견이 미묘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이나 독립된 지위의 특임검사를 도입해 조사위와 협조체제를 구축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연은 조사위에 검사나 특별사법경찰관을 둬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역시 조사위의 수사권을 주장하면서도, 실종자 가족들의 기소권 요구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소권이란 범죄혐의에 대해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유죄판결을 청구하는 권한을 말하며 사법부인 검찰이 이 권한을 쥐고 있다.
앞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11일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의 주례회동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의 의견을 80% 정도 수렴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유족 측에서 조사위에 특검 권한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이례적인 경우다. 특검도 예정돼 있고, 검찰도 수사하고 있는데, 조사위에 특검 권한을 주면 검찰 수사만 세 번을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가족위가 이처럼 ‘기소권’을 포함한 강력한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사건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역시 특별법 제정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 제정에 조사관의 수사권을 비롯해 기소권까지 포함된다면 자칫 사법부의 고유기능이 입법부인 국회에 지나치게 이관돼 3권 분립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미 국회에서 상설특검이나 독립된 지위의 특임검사 제도를 통해 두고 있음에도 별도로 기소권이 매 사안별로 추가된다면 형평성 논란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국회 특검만으로도 충분해”
법조인 상당수도 현재 가족위의 요구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특별법 제정에 별도의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하기 보다는 강력한 특검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1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강력한 특별법 제정 요구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들이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합심해 사건 원인 해명 및 처벌자 문책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가족위가 요구하는 특별법 내 기소권 조항 요구는 현실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실제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5년 국가소추주의에 관해 ‘검사로 하여금 공소의 제기 및 유지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피해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집단적 이해관계 또는 여론에 좌우되지 아니하고 국가형벌권 내지 형사소추권을 객관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기소 여부를 전제로 하는 수사권에는 실체적 진실발견 이외에도 공정성과 인권보장도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감정에 몰입되기 쉬운 피해자 등 민간인은 그 공정성 등에 적합하지 않아 국가기관이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 형사사법 제도의 취지인 것이므로 그들의 민간인 수사권 요구는 매우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이미 국회에는 특검이란 제도를 둬 민감한 사안마다 따로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번 세월호 특별법에 특검을 초월한 ‘기소권’이 추가된다면 이는 사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국회에 이양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도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특별법 제정에 기소권까지 요구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며 “특검 외에 또 다른 형식에 수사를 요구한다면 이는 2중 3중의 특검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욱이 만약 이번 특별법에 이례적으로 기소권이 포함된다면 앞으로 일어나는 사안마다 특검 외 다른 형태에 수사권을 국회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사법부의 권한이 입법부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 국회의 고유기능이 퇴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국회에는 사건을 조사할 ‘특별검사보’와 ‘특별수사관’을 둘 수 있는 특별검사 시스템이 있다”면서 “다만, 국회가 특검마다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것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법권의 고유권한인 별도의 수사, 기소권까지 특별법에 추가할 이유가 없다”고 당부했다.
한편, 현재까지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특별법 수사권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세월호 가족위는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단식에 14일 돌입했다.
이날 오전 가족위는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 15명은 오늘부터 광화문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다”며 “국회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족대책위가 원하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지원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가족위는 또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수사권 이견으로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족대책위의 법안을 당장 수용하기를 촉구한다”며 “국회와 광화문에서 곡기를 끊으며 답변을 기다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족위는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오는 24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15일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참여자 명단을 국회에 전달하고, 이날 오전 10시 30분 여의도공원에서 국민 청원 행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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