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된 월드컵’ 홍명보호가 남긴 씁쓸한 흔적들
사퇴 기자회견,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해명 전무
'음주가무 회식' 파문 등 그들만의 파티로 끝나
과정과 결과, 심지어 대회 이후 뒤처리까지 이 정도로 국민적인 지탄과 실망을 안긴 대표팀이 또 있을까. 이쯤 되면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결국 불명예 자진 사퇴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 조 최하위의 부진한 성적에도 축구협회의 보호 속에 재신임됐던 홍명보 감독은 이후 토지 매입과 월드컵 회식 논란 등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서 다시 사퇴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국민들에 의한 경질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사령탑들이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경질로 인해 혼자 책임을 뒤집어쓰며 동정론을 얻은 경우는 있어도, 축구협회가 안고가는 감독이 여론에 떠밀려 사퇴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16년 만에 역대 최악의 월드컵 성적과 최저 승률을 기록한 감독임에도 경질되지 않은 것부터가 특혜였다.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의리' 논란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탈락한 러시아나 4강에 오른 브라질조차 월드컵 이후 해당 축구협회와 대표팀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감사까지 검토하는 것과 비교할 때 홍명보호와 대한축구협회에 쏟아지는 비판은 애교 수준이다.
홍명보 감독이 책임감 있는 인물이었다면 적어도 대표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대표팀을 둘러싼 이런저런 구설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에게 그러한 성의 있는 태도는 찾을 수 없었다. 반성이나 책임 같은 단어는 사용했지만, 정작 '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다.
뜨거운 감자가 됐던 '토지 매입' 논란에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는 등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보다는 뜬금없는 허세로 일관했다. 선수구성에 대한 '의리' 논란에 대해서도 "(결과는 나빴지만)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합리화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월드컵 탈락의 빌미가 된 알제리전 전력분석 실패에 대해서도 '문제없었다' '준비는 잘됐다'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정작 내용에서는 자세한 해명 없이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됐다.
더구나 떠나는 자리에서 K리그 선수들의 경쟁력을 유럽파와 비교하며 A급, B급을 운운하는 모습은 과연 K리그에서 스타로 성장했고 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한국축구인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모두를 아연하게 했다.
정작 자신의 경험 부족과 전술적 능력에 대한 반성은 끝까지 회피했다. 왜 홍명보호가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홍명보 감독 본인의 경솔한 마인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홍명보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대표팀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총애를 받던 일부 올림픽 멤버와 유럽파들은 주전경쟁과 상관없이 '우리가 무조건 주전'이라는 착각에 빠져 현실에 안주했고 그것이 이번 월드컵의 참패를 불러왔다. 월드컵은 그저 홍명보의 아이들이 경험을 쌓는 무대에 불과했다.
최악의 결과로 월드컵을 마감한 뒤에도 현지에서 위로와 뒤풀이 명목으로 자신들만의 파티를 흥청망청 즐기는 대표팀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홍명보호가 얼마나 국민들의 정서와 유리된 그들만의 팀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 남긴 씁쓸한 흔적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