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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홍명보 감독의 B급 기자회견


입력 2014.07.10 15:35 수정 2014.07.11 10:5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자진사퇴 기자회견서 언론과 팬들이 숱하게 제기한 지적은 외면

"없었다" "최선이었다" 등 반성 없이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도마

홍명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또 실망을 안겼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말로는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정한 책임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결과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실패의 원인과 내용에 대해서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떠나는 패장의 태도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는 지난 1년간 홍 감독의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해명하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홍 감독은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팬들과 언론이 숱하게 제기한 지적은 끝까지 외면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리축구’ 논란이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정성룡, 윤석영, 지동원, 김보경 등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들이나 2012 런던올림픽 시절 애제자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취임 당시 선언했던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홍명보의 아이들’ 대부분은 월드컵에서 극도의 부진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의리사커’ 논란을 초래한 장본인 홍명보 감독은 "그래서 더 철저하게 검증을 했고 냉정하게 판단을 했다. 100% 자신 있게 '엔트으리'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월드컵 실패에도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K리거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은연중에 K리거에 대한 무시와 유럽파 편애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한다. 결국에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분명 실력차는 존재하고 앞으로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한국 축구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감독은 과거에 "유럽파와 국내파라는 선수들을 쓰지 말아달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날 밝혀진 홍 감독의 속내는 전혀 달랐다.

"지난 1월 멕시코와의 평가전 이후 해외파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 대패하는 것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유럽에 있는 선수들과 국내파 선수들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밖에서 좋지 않게 비춰졌던 것은 제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말로는 국내파-유럽파라는 구분을 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는 이미 머릿속에 차별을 두고 있던 홍 감독의 이중적인 잣대가 드러난 장면이다.

결국 전지훈련에서의 부진은 '선수탓'으로 요약된다. 요컨대 "국내파 선수들이 무능했기에 경기에 못나가는 유럽파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당시는 국내파 선수들이 비시즌이라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은 간과됐다. 정작 홍 감독의 본인의 단조로운 전술이나 국내파 선수들의 장단점을 극대화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브라질월드컵에서 진정 맹활약한 것은 김신욱, 이근호, 김승규 등 비주전으로 분류되던 K리거들이다. 유럽파 중 유일하게 좋은 활약을 펼쳐준 선수는 손흥민 정도에 불과했다. 유럽파라도 소속팀에서 얼마나 꾸준한 활약을 펼쳤느냐에 따라 월드컵에서도 공헌도 차이는 엄연히 존재했다.

오히려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홍명보 감독이 “K리그서 최고의 선수들이라면 유럽에서는 B급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 홍명보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축구팬들을 분노케 했다. 노골적인 표현을 문제 삼으며 “홍명보 감독이 K리그 선수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날을 세웠다. 이 외에도 “홍명보 감독의 눈에 박주영은 A급인가 보다” 등 날카롭게 반응했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반성과 책임이라는 단어는 있었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도 끝까지 질타를 듣는 이유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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