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막힌 김명수 "위원장님, 숨 쉴 시간 30초만..."
<인사청문회>경직된 모습, 불성실한 태도, 엉뚱한 답변에 야당 의원들 질타
논문 표절 의혹 직중 추궁에 "표절 아냐. 후보직 사퇴할 의향은 없어"
“위원장님, 30초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둘러싼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추궁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휴식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의 뜬금없는 휴식 요청에 배 의원은 “전혀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라면서 거듭 답변을 재촉했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배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제출한 경력증명서류를 근거로 경력 부풀리기와 공문서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배 의원은 “1975년 3월 31일부터 4년 동안 강서중학교에서 윤리 교사로 의무 근무했던 사실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배 의원이 “뭐가 아니라는 것이냐”고 되묻자 김 후보자는 “경력을 말하는데, 배 의원은 경력 부풀리기를 말하고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배 의원은 “4년 동안 윤리교사 일했느냐”고 다시 물었고, 김 후보자는 “맞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처음에 아니라고 답한 데 대해 “갑자기 이상한 얘기가 튀어나오니까”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이번에는 설 위원장이 끼어들었다. 그는 “질의에 집중하라. 질문을 정확히 안 듣고, 딴 일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느냐. 정확히 듣고, 정확이 답변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너무 긴장해서... (그렇다.) 위원장, 30초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겠느냐”며 휴식을 요청했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도 “긴장한 것 같으니 차분히 묻고. 위원장 적절히 (조율해달라.) 호통처럼 들리니”라고 거들었다.
설 위원장은 “내가 인사청문회를 여러 번 했는데, 후보자가 쉴 시간을 달라고 하는 얘기를 처음 듣는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전 국민이 쉬어야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여야 의원들의 권고에 “물 한잔 드시라”면서 김 후보자에게 시간을 내줬다.
질문 취지에 엇나간 답변은 오전 내내 반복됐다.
그는 자료제출이 불성실하다는 지적에 “불성실한 게 아니라 그게 다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력자료에 서울대 조교 경력을 전임강사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직위가 조교였음에도 내부적으로 강사로 예우해줬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질타를 받았다.
박홍근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 때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핀잔을 들었다. 그는 박 의원이 “다 뒤에서 답을 얻어야 하느냐”고 지적하자 “내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지금 말하는 게 진짜 죄송한데 잘 들리지 않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설 위원장에게 “후보자가 질문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가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다”면서 “의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질의하고 답변을 들어야 하는데, 후보자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답변을 요령 있게 못 하는 부분도 좀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논문 표절 아니다. 후보직 사퇴할 뜻은 없어"
오전 질의의 주제는 주로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에 집중됐다.
먼저 박홍근 의원은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교육시민단체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는 의견이 96%로 나왔다”면서 “본인은 왜 교육부 장관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후보자가 “물론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실린 것을 안다. 그러나 오늘 청문회를 통해서 (소명하겠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말을 자르며 “(후보자는) 이미 국민의 신망을 잃은 분이다.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서는 게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특히 박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낙마했던 송자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본인은 당시 학계의 관행과 분위기를 충분히 감안해달라고 말했는데, 그럼 그분들이 사퇴했던 게 잘못됐다는 말이냐. 아니면 그분들을 사퇴시킨 한나라당이 잘못했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그때와 지금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논문 관련 의혹에 대한 김 후보자의 제료제출과 소명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얼마나 많은 의혹이 제기됐나. 그 양이나 질이나 논문표절왕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의혹제조기란 말도 있다. 아무 소명 없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하고 있으면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도 “앞에서 여러 연구부정과 불법행위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사퇴 의향은 없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유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2년 정교수 승진 연구성과물로 제출한 논문이 다른 사람의 논문과 상당 부분 겹치는 점을 근거로 ‘짜깁기’ 의혹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해당 학회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은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표절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설 위원장은 편파적인 청문회 진행으로 여당 의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 의원의 질의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이 끝나고 그는 “표절이 아니고 짜깁기 아냐? 복사 아냐?”라고 거들었다.
이에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방금처럼 의원들이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후보자를 추궁하고 질의하는 건 얼마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위원장이 나서서 짜깁기를 발언하는 건 위원장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심해달라”고 지적했다.
"내가 만약 학생들에게 도움 된다면 몸까지도 불사를 수 있어"
한편, 새누리당 의원들은 검증보다는 김 후보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데에 집중했다.
강은희 의원은 “(김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들을 위해 논문의 주제를 뽑아주고, 지도하고, 영어나 이런 부분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영문초록까지 작성해줬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어떤 제자는 후보자가 밤늦게까지 퇴근을 안 하고 학생들을 불러 영어책을 골라 강독하고 가르쳤다고 들었다. 보통 교수들은 본인 연구에만 몰두하는 성향이 큰데, 김 후보자는 본인보다 제자들의 공부를 더 많이 독려하고 토론도 많이 가졌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이냐”며 미담을 부각하려 노력했다.
김 후보자는 “교직에 입직한 후 가슴 속에 언제나 학생들을 묻고 있다. 내가 만약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몸까지도 불사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교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의혹을 해명하는 데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하며 후원금 불법 기부 의혹, 연구비 중복 수령 의혹, 교육과학자문위원 시절 연구용역 특혜 의혹, 연구비 횡령 의혹 등을 직접 해명해줬다.
이와 함께 김학용 의원은 칼럼 대필 의혹, 연구실적 부풀리기 의혹 등과 관련해 김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가장 후보자가 지탄받는 게 어떤 제자가 후보자를 향해 말한 부분인 것 같다”며 “(하지만 김 후보자를) 보면 해명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에 부도덕한 분으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사제지간에 그 문제를 그렇게 다루는 것 부적절한 것 같다. 제자가 선생의 허물을 탓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선생이 제자를 그런 문제로 나무라긴 그렇다”며 “아끼고 지도했던 학생을 청문회라고 해도 그 문제를 얘기하긴 어렵다. 아직도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다”라고 답했다.
공동연구과제를 학술데이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단독연구물로 등록한 데 대해서는 “나는 의미 종신임용을 받아 (실적을) 부풀려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컴퓨터 조작 미숙에 따른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해명에 소극적이었던 데 대해 김 후보자는 “언론에 노출되면서 기자들에게 몇 마디를 하니 그것이 완전히 멘트만 따서, 내용이 완전히 왜곡돼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그래서 가능하면 청문회에서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자칫 말 한 마디라도 하면 의혹이 증폭될 것 같아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에 인용된 말도 본인의 말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 맥락을 실어야 하는데 몇 마디 말만 따니 내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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