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타고투저 시대, 투수들의 반격
1일 LG-한화전 첫 정규이닝 무득점 경기
팽팽한 투수전 묘미..6월말 부터 투수들 회복세
2014년 한국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전성시대다.
불방망이가 마운드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득세하지만 투수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타고투저가 강해질수록 고군분투하는 에이스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지난 1일 잠실 LG-한화전에서는 모처럼 명품 투수전이 나왔다.
LG 선발 티포드는 6.1이닝 2피안타와 1볼넷 무실점, 시즌 2승째 도전한 한화 선발 송창현도 7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특히, 6회 2사 후 박용택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는 노히트 행진도 했다.
불펜진 활약도 탄탄했다. LG는 유원상-이동현-봉중근-신재웅이 효과적으로 이어 던졌고, 한화는 안영명-박정진이 10회까지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0의 행진'을 이어갔다.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정규 9이닝 동안 무득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치열하던 승부는 11회말에야 갈렸는데 LG가 2사 3루에서 오지환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올해 최고의 투수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재 리그 8-9위팀 대결이라고 생각하기는 믿기 어려운 명경기였다.
비록 점수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긴장감으로 팬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맥 빠진 난타전보다 오히려 치열한 투수전이 훨씬 재미있는 야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굳이 이날 경기만이 아니더라도 6월 이후 투수들의 반격은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에는 NC 외국인 투수 찰리가 LG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며 6-0 완승을 이끌었다. 2000년 송진우(현 한화 코치) 이후 무려 14년 만에 탄생한 대기록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LG 리오단은 지난달 26일 NC를 제물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역투로 완봉승을 거뒀다. 5월까지 전무하던 완봉이 지난 6월에만 2차례나 나왔다. 토종투수들도 SK 김광현, 삼성 배영수 등이 9이닝 완투승을 기록했다. KIA 김병현이나 임준섭 등도 완봉 기록이 있지만 강우콜드로 5이닝만 던지고 달성한 기록이다.
분명한 사실은 투수들의 위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을 맞이하며 시즌 초반 이상 과열양상을 보였던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고 투수들도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효과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해졌다.
각 팀들 모두 극심한 타고투저로 초반 투수력 소모가 컸던 만큼, 가급적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 후반기 순위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승부의 키는 '투수놀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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