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 전문 사라진 재난보도 '정부 대 피해자' 의도가...
<굿소사이어티 칼럼>되돌아 봐야 할 수 많은 것들
홍가혜부터 다이빙벨 논란까지 언론의 치부 현주소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단순 인명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던 ‘약한 고리’들이 마치 실타래처럼 드러나는 느낌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누누이 지적되어 왔던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물론이고 그 바탕에 뿌리 박혀 있던 부패상들도 하나 둘씩 파헤쳐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던 무능한 정부 관료들과 허망한 정치권의 민낯도 적나라하게 본색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국민들 모두가 사고수습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재난에 대처하는 언론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보도 역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 직후에 언론사들이 보여준 한심하기 그지없는 보도행태들은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가짜 민간 잠수사 홍가혜 인터뷰’나 ‘다이빙 벨’ 보도 등은 이들이 진정 자격 있는 방송사들인가를 의심치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급기야 국가기간방송이라는 공영방송 KBS는 사장과 보도국장이 난타전을 벌이는 추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짜 잠수사 홍가혜 인터뷰에서 다이빙 벨 보도까지
재난보도란 “특정 시점에 발생되어 인적, 물적, 정신적 피해를 초래하는 인재 또는 자연적 재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활동”을 말한다. 또 재난보도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예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보도는 통상적인 보도와는 다른 보도가치(news value)를 적용하게 된다. 일상적인 뉴스들이 ‘사실성’ ‘접근성’ ‘흥미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재난보도는 ‘정확성’ ‘전문성’ 같은 가치들이 우선 고려된다.
재난보도는 재난수습기관과 유기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때문에 무엇보다 정부 재난기구의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제공이 중요하다. 실제 대부분의 재난보도준칙들이 사실성과 정확성을 위해 정부공식발표를 기준으로 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정부나 수습기관들이 탑승자, 실종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면 올바른 재난보도가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구나 무언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재난보도가 도리어 역효과만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부족한 정보를 채우기 위해 사건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재난보도양태를 보이게 된다. 더구나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치열해진 시청률경쟁은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왜곡된 재난보도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건만 터지면 소방차처럼 몰려들어 법석인 우리 언론
첫째, 단발적인 ‘소나기성 보도’를 들 수 있다. 재난보도가 아니더라도 사건만 터지면 소방차처럼 몰려들어 법석을 떠는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는 정평이 나있다. 그렇지만 보도량을 늘었지만 의미있는 정보들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언론사들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들을 걸리는 대로 마구 보도하는 이른바 ‘자원동원식 쓰레기통 재난보도’ 행태를 보여 줄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침착하고 정제된 보도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그 같은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작동되었더라면 ‘홍가혜 인터뷰’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선정적 보도 행태다. 이 역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때 십여 일만에 구출된 여성에게 “남자친구 있냐? 뭐가 먹고 싶냐?”고 조명과 마이크를 드리댔던 작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그런 관행은 그대로였다. 처음 구조되어 올라온 학생에게 동료학생이 죽은 것에 대해서 묻는 상식 이하의 보도가 이번에도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전처럼 피해자들을 클로즈업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에 관한 보도들은 여전히 흥미거리 위주로 보도되었다. 여기에다 사건초기부터 세모그룹, 구원파, 유병언 관련 보도들이 구조관련 보도와 섞여 보도되면서, 정착 사고원인이나 구조작업과 관련된 보도들이 훼손하는 경우도 많았다.
셋째, 이번 세월호 관련보도들이 이전 사건들과 차이 나는 점은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재난보도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통합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9.11 사태’시 미국언론들은 한결같이 재난수습을 위해 국민들의 통합과 단결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렇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 재난보도들은 주로 ‘갈등 프레임(frame)’ 보도행태들이 많이 나타났다.
왜 갈등을 조장하는 방송에 매달리는가?
그나마 객관적인 사실에 주력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달리 종합편성채널들은 갈등적 보도양상을 특히 많이 보여주었다. 사건초기부터 사고원인과 관련해 ‘정부와 해운회사간의 유착’ ‘해수피아/관피아’ ‘정부와 관료들의 무능한 대처’ ‘지지부진한 구조작업’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지 않은 기사들이 ‘정부 대 피해자’라는 갈등구도를 형성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갈등구도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이해당사자들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급기야 정치적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갈등보도의 백미는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라 할 수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jtbc는 처음부터 이번 참사의 원인이 정부에 있고 지지부진한 구조작업 역시 정부의 문제라는 전제에서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이빙 벨’ 투입이 필요하다는 보도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필요성을 강변한 사업자 입장과 달리 ‘다이빙 벨’ 은 잠수부가 20시간씩 잠수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고 심한 조류를 이겨낼 수도 없다는 사실은 몇 개 공신력 있는 기구나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더구나 ‘다이빙 벨’ 논쟁은 시사 정치평론가와 정치인들간의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본질이 더 왜곡되어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이빙 벨’ 투입은 해프닝을 끝났지만 이로 인한 구조작업의 지연, 정부구조작업에 대한 불신, 이해 당사자들간의 갈등을 유발한 최악의 재난보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공정성이나 객관성 같은 기본적인 보도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세대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구조와 얽히면서 매우 심각한 사회분열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판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능한 정부, 미흡한 보도 시스템, 그리고 기자들의 마인드
이같이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재난보도가 항상 재발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선정적이고 비효율적인 재난보도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잘못된 재난보도의 원인은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언론사의 미흡한 재난보도시스템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기자들의 태도 세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재난보도는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와 언론 보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그 자체는 물론이고 특히 언론이나 국민들과 소통하는 홍보체계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유용한 정보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사실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재난보도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발표하는 재난정보들이 부실하게 되면, 언론사들은 스스로 보도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추측성 보도, 부정확한 보도 등으로 구조에 혼선을 유발할 수 있고, 정부와 피해자, 이해당사자들간에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재단대응체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국민 혹은 대 언론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언론사들의 재난보도 관련 시스템 부재다. 많은 전문가들이 재난보도 정상화를 위해 ‘재난수칙 혹은 재난준칙’의 제정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기자협회를 비롯해 각 방송사들의 재난보도 준칙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재난보도 매뉴얼’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준칙내용들이 매우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어서 실제 보도가이드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일본의 재난보도 준칙을 보면, 보도자의 언어, 영상, 자막 넣는 방법부터 취재 시 피해자들에게 인사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향후 재난보도준칙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 준칙내용을 매우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재난보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황금의 원칙
그렇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있는 재난보도준칙들도 기자들에게 숙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언론사들이 상설 재난보도 부서가 없는 상태에서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그때 가용한 기자들을 보내 취재하고 있다. 때문에 담당 기자들은 매뉴얼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대로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재난에 대한 전문성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발표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부족하면 본질과 거리가 먼 가십성 기사를 남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재난발생에 대비한 보도시스템을 수시로 점검하고 훈련하는 선진국들의 재난보도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셋째, 언론보도는 결국 기사를 생산하고 보도하는 기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재난보도 역시 기자의 전문성과 보도태도에 위해 좌우된다. 특히 재난보도에 있어 기자들은 ‘제3자적 방관자’나 ‘구경꾼’이 아니라 피해자와 정서적으로 일체감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흥미거리 위주의 선정적 보도를 자제할 수 있고, 가급적 정확한 보도를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석이라고 하더라도 주요 방송사 보도책임자들의 피해자들과 사건 자체를 폄하하는 발언들은 우리 언론인들의 재난에 대하는 일그러진 보도태도들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더구나 이 같이 방관자적 태도로 인해 정제되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편파적이고 허구의 정보들을 기성 언론사들이 그대로 차용해서 재생산 확대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실종학생들이 보낸 것처럼 조작된 가짜 메시지들이 주요 언론사들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마지막 유람선 내 학생들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방송하는 행위가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난보도는 위험사회(risk society)에 대한 한 사회의 대응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 언론사의 재난보도체계 같은 구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바람직하지 못했던 보도행태를 보였던 언론에게 재난시라고 올바른 보도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언론의 재난보도 문제는 보도관행에 대한 전체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글 / 황근 선문대 교수, 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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